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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종섭 출국금지’ 이해 안 된다면서 공수처 수사 지켜보자는 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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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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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9일 ‘채 상병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 출국금지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하면서도 “공수처 수사를 믿고 지켜보자”고 밝혔다. ‘채 상병 사건 특별검사’와 출금금지 상태였던 이 전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한 데 대한 비판을 피해가려고 공수처 수사에 모순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채 상병 특검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나중에 검찰로 송치돼서 2차 보완수사를 거쳐 아마 기소될 사람들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 중인 이런 수사와 사법절차를 일단 좀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우리가 일단은 믿고 더 지켜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공수처가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한 것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소환하지 않은 사람을 출국금지 거는 경우도 잘 없고, 또 출국금지를 걸면 반드시 불러야 한다”며 “두 번을 계속 연장하면서도 소환하지 않았다는 것은 저도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왔지만 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공수처 수사를 믿고 맡겨야 한다면서도 검사 출신으로서 공수처의 수사 방식은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목적으로 출범했지만 지금까지 한 일이 없다”고 비판한 적도 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통화에서 “공수처가 잘못해서 이 전 장관 소환을 안 했다고 비판해놓고 공수처 수사를 기다리자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대통령이 공수처장 지명을 늦게 해서 오해를 불러일으켰는데 수사에서 신속, 긴급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빨리 특검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후임 공수처장을 늑장 지명해 처장 공석 장기화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수처장은 김진욱 전임 처장이 1월19일 퇴임하고 3개월 이상 공석이었다. 윤 대통령은 총선이 끝난 지난달 26일에야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더라도 차장 제청 등 공수처 지휘부 구성이 완비되려면 빨라야 이달 말에나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 공수처의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이 밝힌 해명한 내용과 같다. 1차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법무부도 대통령실에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보고한 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결국 ‘부실 인사검증’을 자인한 것에 다름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공수처의 채 상병 사건 수사가 6개월 이상 이어진 데다 일반적으로 공직자 신원조회 때 피고발·수사 여부와 법무부 출입국 관련 자료를 확인하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군 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황당한 유체이탈 화법으로 궤변을 늘어놓았을 뿐 아니라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을 피했다”고 비판했다. 군 인권센터는 “특검은 일반 수사기관이 압력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기 어려운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일반 수사기관의 수사가 다 끝난 뒤에 도입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기자회견은 그 자체로 특검 필요성을 입증해준 격”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경찰과 공수처 수사가 끝나도 결국 기소를 결정하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라며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봐주기·뭉개기 수사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마당에 대통령실 외압 의혹이 불거진 사건의 최종 판단을 검찰에 맡기자는 대통령 말에 수긍할 국민은 없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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