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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단독] “‘하늘의 여왕’이면 뭐해, 돈 먹는 하마인데”…결국 처분 나선 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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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하늘의 여왕’ B747-8i 5대
9200억원에 美 항공업체에 넘기기로
“초대형 항공기 매각해 효율성 개선”
‘8년간 60대’ 차세대 기종 도입 속도


매일경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정비 격납고에서 관계자들이 B747-8i 항공기 동체를 세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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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하늘의 여왕’으로 불리던 B747-8i 5대를 미국 항공업체에 매각한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초대형기를 정리하고 기단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불필요한 기단 정리에 속도 내는 것으로 보인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우주항공기업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Corporation)’에 B747-8i 5대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은 최근 항공기 5대를 9183억원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지만 계약상의 문제로 구체적인 기종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회사가 올 1분기 말 기준 보유한 B747-8i는 총 9대다. 이 중 5대를 계약에 따라 2025년까지 순차 처분하게 되면 4대만을 남겨두게 된다. 대한항공은 2015년 B747-8i 기종을 도입한 이후 인천~뉴욕,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이를 배치해 왔다.

미국 보잉사가 제조한 B747-8i는 B747 시리즈의 마지막 여객기 모델이다. 최대 14시간 연속 비행이 가능하며, 중간 급유 없이 약 1만5000㎞까지 운항할 수 있는 장거리용 기재다. 엔진 4개를 사용하는 4발기로 대형 여객기 중 가장 빠른 마하 0.86의 속도를 낼 수 있다.

빠르고 안정적이라는 강점 덕분에 대통령 전용기로 선정돼 현재 ‘코드원’ 임무도 수행 중이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대한항공과 B747-8i 기종에 대해 2026년까지 5년간 임차계약을 3000억원에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747-8i는 연료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탄소배출 강화 기조에 대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 때문에 최근 항공기 시장에서도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잉에서도 747시리즈의 생산을 2022년부터 중단해 부품 생산이 감소하고 있어 운영 비용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관련 기재를 도입한지 10년도 안 돼 매각 대상에 올린 것도 이같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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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747-8i 외에도 ‘하늘 위 호텔’로 불렸던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 3대도 파트아웃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지 보수 부담이 커지고 매각이 원활하지 않자 기재를 분해해 부품을 걸러내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대신 대한항공은 중장기적으로 연료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신형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올 3월 에어버스와 첨단 중대형 항공기 A350 33대를 구매하는 18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A350은 동급 기종 대비 연료 효율이 25% 개선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25% 절감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A350을 포함해 2024년 2분기부터 2032년까지 신형기 60대를 순차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대한항공 올 1분기 별도 기준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액 3조8225억원, 영업이익 436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9.6%, 5.1% 증가한 수준이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2.9% 줄어든 345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여객 수송량의 빠른 회복과 견조한 화물 수요 영향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 역시 유류비 및 공항·화객비 증가, 임금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의 사유에도 불구하고 5% 늘었다. 반면 순이익은 원화 약세에 따른 외화환산차손익이 반영돼 2.9%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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