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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지갑 얇게 만든 ‘기후위기’, 이젠 통화정책도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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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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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가계·소비자들의 지갑을 얇게 만들고 있다. 이상 기후 탓에 사과·배 등 신선과실 가격은 38.7%(지난 4월·전년 동월 대비)나 뛰었고 신선채소 값도 12.9% 올랐다. 정부는 가격이 뛴 과실·채소도 향후 공급량이 늘어나면 해결될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가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바꿔놓고 있는 터라 각국 중앙은행의 중장기 통화정책 수립에서 기후도 고려 요인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잇따라 나온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펴낸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는 “날씨 충격으로 인한 신선식품가격의 급등이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을 유발하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신선식품가격 변동에 통화정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결론을 냈다. 2003∼2023년간의 국내 기상·물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일반 소비자물가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큰 식료품 및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도 함께 고려해 통화정책을 펼친다. 4월 기준 전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2.9%이고, 근원물가는 2.3%다. 케이디아이의 이번 연구는 농산물가격이 급등했으나 전반적인 물가는 안정화되고 있다는 정부의 판단과 흡사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국내 상황에 국한됐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승희 케이디아이 연구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단기적인 기상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기후 변화가 장기적으로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룬 국제기구나 유럽중앙은행이 펴낸 보고서와는 다른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의 설명처럼 각국 중앙은행이 국제적인 기후변화가 불러올 변화를 중장기 통화정책 수립 때 고려해야 한다는 각종 보고서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케이디아이 보고서는 일시적 기상 변화에 따른 농산물 수급에 주목했지만, 해외 보고서들은 온난화 등 영구적인 기후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들의 생육 조건이 바뀌면서 추세적인 물가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는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기온 등 날씨 변동이 농업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공급 쪽 생산성에 충격을 준다”며 “기온 상승으로 식품과 전체 물가상승률이 지속해서 증가한다”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 발간한 워킹페이퍼에서 “작물 생산은 특히 재배 기간의 기상 변동성에 매우 민감하다”며 “개화 중 높은 기온은 작물 수확량과 직결된 종자나 곡물의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 주요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빵·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도 함께 올라 장바구니 물가를 끌어 올린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2년 11월에 낸 워킹페이퍼에서 “기후변화는 통화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끼칠 수요·공급 충격을 초래할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천소라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로 물가 추세가 바뀔 것이란 상황을 인지하고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농산물에만 국한해 보면 기상 변화에 따른 영향이 적겠지만 글로벌 기후 변화로 보면 가공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들의 생육 조건이 바뀌면서 물가상승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겨레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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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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