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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람 살리는 의사 되겠다"던 수능만점 의대생…괴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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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잔혹하게 살해한 최씨, 8일 구속

과거 '사람 살리는 의사 되겠다'…괴물이 됐다

"이별 통보에 범행" 진술

평소 자주 간 건물 옥상으로 불러내 살해

데이트폭력 급증 추세…"심각 범죄로 인식돼야"

노컷뉴스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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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빌딩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그는 불과 몇 년 전 수능 만점자이자 "생명을 살리는 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의대생으로서 사회적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엔 살인 혐의 피의자로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인을 상대로 한 이른바 '데이트 폭력' 문제도 재차 부각되면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자친구 살해 의대생…범행 나흘 전 피해자 사진 올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20대 남성 최모씨에 대해 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 부장판사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앞서 최씨는 지난 6일 오후 5시20분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건물 옥상에서 투신하겠다며 난동을 부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경찰은 옥상에 약을 두고 왔다는 최씨의 말을 듣고 현장을 재확인하는 과정에서 숨져있는 여자친구 A씨를 발견했고, 곧바로 최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최씨는 당일 옥상에서 A씨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약 10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인은 과다 출혈이었다. 범행 당시 최씨는 마약을 투약하거나 술을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두 사람은 중학교 때부터 친구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에 대한 스토킹 신고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범행 당일 A씨에게 '평소 힘들 때 보던 곳으로 와 달라'며 사건 현장으로 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영화관 등이 있는 해당 건물은 강남 번화가에 위치한 곳이며, 옥상은 평소 흡연자들의 발걸음이 잦은 곳이었다고 한다. 경찰은 범행 직전 최씨가 거주 지역인 경기 화성의 대형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정황도 파악했다.

최씨가 범행 나흘 전인 이달 2일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돌연 A씨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과거 프로필 사진에선 피해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공정식 교수는 "관계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고 하면 일종의 위협용 또는 무언가를 암시하려는 자기만의 묵시적인 행동으로 해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계획범죄 인정…데이트 폭력 심각성 '재부각'



최씨는 수능만점자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공부 비법을 밝히기도 했고, 사교육업체에서 멘토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씨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라며 "환자를 가족처럼 생각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과 환자의 아픈 곳을 신속하게 치료해 줄 수 있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외과의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후 그는 여자친구를 잔혹하게 살해한 피의자로 전락했다. 경찰 조사에서 범행 준비 정황 등이 파악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나온 최씨의 변호인은 계획범죄임을 인정했다.

변호인은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지 않았다"라며 "오랫동안 계획한 범죄는 아니지만 계획했다. 우발 범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씨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최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최씨 사건은 연인 간 강력 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붙잡힌 피의자는 1만 3939명이다. 2020년 검거된 피의자 8951명과 비교해 약 55%나 급증한 숫자로, 폭행과 상해 범죄가 68%에 달해 가장 많았다.

지난 3월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된 김레아가 전 연인이었던 피해자를 살해했고, 지난달에도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를 숨지게 한 사건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데이트 폭력 피해자 보호 절차를 규정하고,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지난 2022년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처리되진 못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데이트 폭력을 사적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로 받아들이는 사회 인식이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사무소 도약의 우성명 변호사는 "이별 통보나 헤어진 상황에서 원치 않는 연락을 하는 것 역시 큰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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