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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목)

[기자수첩] 바이든 '재선·중동안정' 함께 잡으려다 다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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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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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이 7개월을 넘게 이어지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비난 목소리도 높아진다. 세계 외교에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대국의 수장이 자신의 재선 성공과 중동 안정을 저울질하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초기 이스라엘을 직접 찾아 자신의 오랜 친구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하마스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을 위로하고 이스라엘의 보복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지상전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등 네타냐후 총리와 관계가 멀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달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군사 지원이 담긴 국가 안보 패키지 지원안에 서명하면서 라파 지상전 우려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대학가를 중심으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과 학부모 불만 등으로 미국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다시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에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이달 초 보낼 예정이던 미국산 정밀폭탄의 판매 승인을 보류 중이다. 민주당 일부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 반대와 11월 대통령 선거의 승패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젊은 층의 팔레스타인 지지 목소리가 커지자 라파 지상전 이스라엘에 정치적 경고를 한 셈이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반유대주의가 설 자리는 없다"면서 유럽 등으로까지 확산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행정부의 행보와는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내보였다.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민간인 학살을 지적하는 국제사회와 국내 비판 여론과 유대계 미국인 표심 사이에 갈팡질팡하며 가자지구 전쟁 해결책 마련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재선 성공'과 '중동 안정' 모두 중요하지만, 한꺼번에 다 이루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애매모호함은 두 가지 모두를 잃게 할 수도 있다. 대선 패배, 중동 사태 악화 책임론에 휩싸이지 않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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