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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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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라인야후, 네이버 지분매각 요구…“위탁관계 순차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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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일본 소프트뱅크와 절반씩 지 분을 나눠 가진 네이버에 대한 자본 변경 요청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EPA=연합뉴스]


일본 라인야후가 모회사(A홀딩스)에 자본 변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탈네이버’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A홀딩스 대주주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향후 협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라인야후 결산설명회에서 “네이버와의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운영 면에서의 자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회사(A홀딩스)에 자본 변경을 요청했다”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라인야후가 모회사에 요청한 내용은 “소프트뱅크가 머저리티(majority·다수)를 취하는 형식으로의 변경이라는 것이 대전제”라며 “더 구체적인 내용은 우리가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현재 라인의 IT 인프라는 네이버가 위탁받아 운영·관리하는 형태다. 이데자와 CEO의 발언은 이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해소해 라인의 운영·관리 등 기술적 조치를 모두 라인야후가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데자와 CEO는 여러 차례 ‘내재화’ ‘자립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네이버와의 단절을 강조했다.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에 대해서는 현재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사이에 관련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이날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는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유일한 한국인 이사인 신 CPO가 빠지면서 라인야후는 사내이사 4명을 모두 일본인으로 채웠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11월 라인야후의 개인정보 약 51만 건이 유출된 사건에 대해 올해 두 차례 행정지도에 나섰다. 행정지도에는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가 담겼다. 통상 정보 유출 사고에 정부가 해당 기업의 지분 변경까지 요구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일본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라인의 경영권을 네이버와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에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라인야후 사태 기저엔 인공지능(AI)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일본의 불만이 잠재해 있다고 본다. 라인은 일본 내 9700만 명 사용자를 보유한 ‘국민 메신저’다. 이 메신저의 주인이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일본 입장에선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메신저는 AI 개발의 핵심인 방대한 ‘언어 데이터’의 원천이다. 일본은 올해 1180억 엔(약 1조400억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생성 AI 개발에 나서는 등 의욕적으로 AI 분야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이번 사태가 한·일 외교전으로 치닫는 건 일본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본에 진출한 다른 해외 기업에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일본으로서는 조심스럽다.

네이버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신중호 CPO의 이사진 사임은 라인야후의 판단이고, 자본 변경 문제는 네이버의 중장기적 전략 관점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아직 대응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홍상지 기자, 도쿄=이영희 특파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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