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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바이든 "反유대주의 설 자리 없다"…대학가 시위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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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냈다. 경찰이 투입된 학내 시위 해산은 이날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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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생존자 추모의 날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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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 의회에서 열린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기념일 연설에서 “표현의 자유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를 수호하는 미국에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면서도 “미국의 어떤 대학에서도 반(反)유대주의, 혐오 연설, 어떠한 폭력도 설 자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적 공격과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는 평화로운 시위가 아니라 법을 어기는 일”이라며 “우리는 법을 수호할 것이고, 누구도 그것을 어기거나 (법을 어기고) 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75년도 아니고 7개월 반이 지났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스라엘에서 벌어진 끔찍한 테러를 너무나도 빨리 잊어버리고 있다”며 지난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세를 유대인에 대한 나치의 만행과 직접 비교했다. 그러면서 “많은 대학에서 유대인 학생들이 배척당하고 있고, 반유대주의 시위로 공격받고 있다”며 대학가의 시위를 유대인을 향한 ‘불법 폭력’으로 규정했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 3만 5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기아 등 인도주의적 위기가 심각한 상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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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대 학생이자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반대하는 진영에서 2일(목)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자들을 향해 빵조각 등을 들어보이며 조롱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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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발언과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상황을 조속히 매듭지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확산될 경우 젊은층의 표심 이탈뿐 아니라 미국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 논란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은 이날도 시카고대학 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텐트 등을 철거하는 등 상황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도 시위대에 대한 처벌 방침과 함께 자진 해산하라는 최후 통첩이 이뤄진 상태다.

외교적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협상이 재개됐음을 밝히며 “매우, 매우 조기에 타결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스라엘이 피란민이 밀집한 라파의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것에 대해서는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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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6일 예루살렘의 세계 홀로코스트 추모센터 야드 바셈의 추모의 홀에서 열린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 기념 화환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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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매우, 매우 분명하게 말하건대 우리는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피난처를 찾아 피난 온 민간인 100만~150만명을 보호하는 데 대한 종합적 계획을 세우는 걸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정밀폭탄 선적을 미루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보잉사가 제조한 정밀유도폭탄의 일종인 합동직격탄(JDAM)을 이스라엘에 판매하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연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판매를 공식적으로 막은 것은 아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 승인을 비롯한 무기 이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이스라엘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라파에 대한 진격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스라엘이 라파 작전을 점진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네타냐후의 계산은 자신의 연립정권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론을 지닌 극우, 유대교 초정통파 세력의 지지를 통해 연정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 궤멸을 위한 라파 공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연정을 해체하겠다는 협박을 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와 관련 이날 공개한 영상 메시지에서 “하마스의 휴전 제안은 라파 진입 작전을 방해하려는 것”이라며 강경론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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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의 이스라엘-가자지구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 군인들이 군용 차량 옆에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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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USA투데이와 서퍽대학교에 의뢰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37% 대 37%로 지지율 동률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젊은층과 흑인 유권자 사이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해당 계층에서 우세를 보였지만, 대선 때 기록했던 압승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주요 정책 과제인 마리화나 규제 완화, 대규모 학자 대출금 탕감 등은 이들의 표심을 의식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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