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방어하느라…외환보유액 한달새 60억 달러 감소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한 달 사이 60억 달러가량 감소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방어에 실탄을 쏟은 결과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말 외환보유액' 자료를 보면, 지난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32억6000만 달러(약 561조4000억 원)였다. 전월 대비 59억9000만 달러 감소했다.

올해 들어 외환보유액은 1월 4157억6000만 달러, 2월 4157억3000만 달러로 감소한 후 3월에는 4192억5000만 달러로 증가 전환했다. 그러나 4월 들어 다시 꺾였다.

연 단위로 보면 매해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1년 전 같은 달(4266억8000만 달러)에 비해서는 134억2000만 달러가량 줄어들었다. 2년 전 4월(4493억 달러)과 비교하면 약 360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등 시장안정화 노력과 함께 분기말 효과가 소멸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상 3월 말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준수를 위해 외화예수금이 일시적으로 증가한다. 이 효과가 사라지면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또 한은은 "미 달러화 강세로 인한 기타 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 감소"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외환 당국이 환율 방어 목적으로 보유 달러화를 풀었다는 뜻이다.

4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유가증권이 3706억1000만 달러로 전체의 90퍼센트가량을 차지했다. 유가증권 보유액은 전월 대비 57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예치금은 한달 사이 116억9000만 달러가 급감해 188억5000만 달러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6000만 달러 줄어든 146억4000만 달러였다. 금은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 달러였다. 시세를 반영하지 않아 고정적이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3월 기준 홍콩을 이은 세계 9위로 평가됐다. 4월 들어 보유액이 감소했으나 10위 싱가포르와 400억 달러 넘는 차이가 나 순위는 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한은은 최근의 외화 보유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유 수준은 대외충격에 대응하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현재 외환보유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20년 17.5%)을 웃돈다"며 "외부 충격 대응에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한은은 "과거 97년 외환위기, 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한국은) 순대외자산국"이라며 "외환보유액 외에도 대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추가 버퍼를 보유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지난해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7799억 달러 수준이다.

3월 기준 중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외환보유액 최대 국가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457억 달러였다. 중국의 뒤를 일본이 1조2906억 달러로 이었다.

그러나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 역시 엔화 가치 급락으로 인해 시장에 막대한 규모의 달러화를 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장중 16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일본 외환 당국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환율 방어를 위해 약 600억 달러를 시장에 살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7일)에도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언론에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적절한 대응(시장개입)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엔화 가치가 급변할 경우 언제든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간다 재무관은 '환율 조작을 위해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관해서는 "환율 개입이라는 움직임을 코멘트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말해 대외적으로는 선을 그었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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