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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서울시향 세 자매 ‘주 트리오’…“가족이라 해줄 수 있는 솔직한 피드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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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시향에서 함께 단원으로 재직한 세 자매 ‘주 트리오’. 입단 21년 차인 바이올리니스트 주연주(왼쪽 아래부터), 10년간 몸담았던 첼리스트 주연선, 입단 16년 차인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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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에 홀로 틀어박혀야 했던 피아니스트는 관악기나 현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음을 맞추는 게 부러웠다. 자녀를 낳으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키우고 싶었다. 그의 뜻대로 첫째와 셋째는 바이올린을 들었고, 둘째는 첼로를 선택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현악기를 연주하는 ‘주 트리오’ 얘기다.



첫째 주연주(48)는 입단 21년 차, 셋째 주연경(42)은 16년 차다. 10년 동안 서울시향에 몸담으며 첼로 수석으로 활약했던 둘째 주연선(44) 역시 요즘도 서울시향과 자주 협연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세 자매는 “음악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었는데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고를 수는 있었다”며 웃었다.



어머니가 정해준 연주자의 길이었지만 세 자매에게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명처럼 음악이 찾아왔다. 첫째에겐 미국 유학을 떠나 숲 속의 통나무집에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을 연주하던 날이었다.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일하면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이거 말고 뭐가 있겠냐 싶더군요. 엄마한테 국제전화를 걸었죠.” 바이올리니스트 주연주가 어머니에게 ‘바이올린 시켜줘서 고맙다’는 말을 처음으로 한 날이기도 했다.



둘째에겐 못 견디게 힘들고 괴로울 때 귓가에 맴도는 음악이 위로가 됐다. “꿈을 꾸면서 어떤 곡을 연주했는데 꿈속에서도 아리더군요. 아직도 그 꿈이 기억에 생생해요.” 차이콥스키의 ‘로코코 변주곡’ 가운데 단조로 된 6악장이었다. 첼리스트 주연선은 “결정적으로 어렵고 힘든 순간엔 음악만이 주는 위로가 따로 있더라”고 했다. 셋째인 바이올리니스트 주연경은 “바이올린을 켤 때 제 몸의 뼈가 울리는 느낌, 그 진동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좋았다”고 했다.



셋은 2010년 ‘주 트리오’를 결성해 한동안 열심히 활동했다. 문제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첼로 편성으로 만들어진 곡이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비올라 연주자가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더군요.” 막내 남자 동생도 다양한 악기를 배웠지만 음악가 대신 목회자의 길을 택했다. “연선이는 첼로 소리가 깊고 우직해요. 연경이는 꾸미기 좋아하는 성격을 닮아서인지 바이올린 소리도 화려하죠.” 두 동생의 연주에 대한 언니의 평가다.



“따뜻한 소리랄까요. 주변 사람을 챙기고 배려하는 언니 성격과도 비슷해요.” 두 동생은 언니의 바이올린 소리를 이렇게 표현했다. “친구들도 못하는 솔직히 피드백해줄 수 있어서 좋아요. 자매들끼리 같이 있으면 든든해요.” 셋째의 이 말에 두 언니도 맞장구쳤다.



한겨레

서울시향에 함께 몸담은 세 자매 ‘주 트리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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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지휘자들에 대한 셋의 평가도 흥미롭다. “정명훈 선생님은 느낌과 감정을 끌어내려 해요. 츠베덴 선생님은 구체적인 테크닉을 전달하시죠.” 정명훈의 음색을 옅은 파스텔 색조, 츠베덴의 소리를 짙은 원색에 비유하기도 했다. 목표물을 제시하되 그곳에 이르는 방법은 스스로 찾도록 하는 게 정명훈 방식이라면, 목표 지점과 도달 방법까지 꼼꼼하게 제시하는 게 츠베덴 스타일이란 평가도 나왔다.



“색깔에 대한 취향이 다르듯, 지휘자에 대한 청중의 선호도 다를 겁니다.” 첫째 주연주는 “두 지휘자의 색깔이 아주 다른 것은 분명하다”며 “음악은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일종의 기호품과 같은 거 아니냐”고 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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