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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초연 200년 맞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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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베토벤이 태어난 독일의 도시 본에서는 그의 교향곡 9번 초연 200돌을 기념해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베토벤 하우스 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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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년 5월7일 저녁 7시, 오스트리아 빈의 웅장한 극장 케른트너토르. 53살 베토벤은 무대에 올라 12년 만에 완성한 아홉 번째 교향곡의 초연 지휘를 지켜봤다. 지휘자 옆에 앉아 악보를 넘기며 연주자들에게 가끔 지시도 내렸다. 하지만 그때 이미 청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여서 연주가 끝났는데도 이를 알지 못한 채 악보만 보고 있었다. 솔리스트 성악가가 그를 앞쪽으로 향하게 했을 때야 비로소 청중의 갈채와 환호를 알아챌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0년 전이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 초연 20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기념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여러 공연장들이 앞다퉈 이 교향곡을 연주한다. 이 곡이 초연됐던 도시 빈을 대표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로 7일 저녁 이 교향곡을 연주한다. 베토벤이 태어난 도시 독일 본에서도 이 교향곡 공연과 학술회의, 전시회 등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연다. 독일 부퍼탈에서는 초연 당시 그대로 합창단을 오케스트라 전면에 내세운 배치로 공연한다. 베를린 국립도서관은 베토벤이 직접 주석을 단 이 곡의 원본 악보를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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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구자범은 지난해 5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가운데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꾸고 우리말로 번역해 공연했다. 영음예술기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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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이날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200년 전 화요일에 처음 연주된 이 곡이야말로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인 가장 높은 작품”이라고 했다. 독일 나치의 홍보 목적이 강했던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개막식 연주, 1989년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공연에서 이 곡의 가사를 ‘환희’에서 ‘자유’로 바꿨던 연주, 유럽연합이 ‘환희의 송가’를 국가로 채택한 것 등을 사례로 열거했다. 바렌보임은 “도덕적 행동과 옳고 그름에 대한 더 큰 질문들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베토벤은 가장 넓은 의미의 정치인이었다”며 “베토벤은 무엇보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짚었다.



지휘자 마린 알솝은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쓴 이 곡의 가사를 급진적으로 해석했다. 2022년 이 가사의 재구성을 의뢰하며, “기쁨이란 단어가 베토벤 당시엔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통합과 관용, 인간성 등 지금 시대와 관련된 보편적인 주제와 연결해보자”고 제안했다. 국내에서도 지휘자 구자범이 지난해 5월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글로 번역한 우리말 가사를 선보이며, ‘환희’를 ‘자유’로 바꿔 공연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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