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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철민의 마켓 나우] 어도어 사태가 일깨운 주주간 계약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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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를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큰 화제다. 세계적인 K팝 열풍의 주체들 사이에 복잡한 권리와 막대한 금전 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가, 막말과 무속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한가득 등장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아직 어떤 결말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사실까지, ‘대박 흥행’의 모든 요소를 다 갖추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차분히 사태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기업 경영의 측면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안 한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연결 매출(모회사와 자회사들의 매출을 합친 금액) 2조원과 시가 총액 8조원이 넘는 하이브와, 지난해 매출 1100억원에 영업이익 335억원을 기록하며 몸집이 엄청 커진 자회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사이에 체결된 주주간계약(Shareholders’ Agreement, SHA) 내용 자체가 매우 일반적이지 않은 것이다.

중앙일보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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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간계약이란 회사의 설립, 투자 유치, M&A 등 일상적인 기업활동 과정에서 복수의 주주들이 회사의 운영 방법과 주주 간의 권리 의무 관계를 정하기 위해 체결하는 매우 일상적인 계약서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정해진 ‘공식’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문제가 되는 어도어의 SHA는 빠르게 개선되고 있던 회사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정해진 공식에서 벗어나 느슨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초 SHA의 체결 시점에선 하이브도, 민 대표도 적자였던 어도어가 불과 1년 만에 이 정도로 크게 성공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80% 대주주임에도 하이브는 민대표와 그 측근 2인만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 그 결과 하이브는 80%나 보유한 압도적인 최대주주임에도 이사 교체 및 대표이사 해임 등을 위한 임시주총조차 이사회의 반대로 바로 소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

한편 민대표의 경우엔 보유 지분 18% 중 13%만 하이브에 매각할 수 있는 권리(풋 옵션)가 있고, 나머지 5%는 하이브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없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그러다 보니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는 상황에서는 다른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나 유사한 업종의 창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경업금지’의 의무에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다.

이 두 가지 사안은 믿을만한 변호사에게 검토를 의뢰할 경우 아주 쉽게 그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마도 하이브나 민대표나 모두 ‘좋은 게 좋은 것’이란 안일한 인식하에 SHA를 충분한 논의 없이 성급하게 체결한 것으로 추측된다.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만들어야 하는 지극히 중요한 계약서를,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어 만들고 체결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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