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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8차례 의정협의’ 보도자료 낸 정부 “회의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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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의대 증원 관련 자료요구에

“정원 결정 배정위 자료 확인 못해줘”

‘2000명 증원’ 보정심 회의록만 낼듯

의사단체, 전문가 자료검증 별러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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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 및 대학별 배분 과정에서 정부가 운영했던 각종 회의체 기록 공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법원에 자료를 제출하는 즉시 받아서 언론에 공개하고, 전문가 50명을 투입해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정부의 ‘2000명 증원 및 배분’에 합리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정부는 운영한 회의체 3개 중 1개의 회의록만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정부 “의대 증원 회의록 1개만 제출 검토”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가 의대 증원과 관련해 운영한 주요 회의체는 의료현안협의체(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정원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등 3개다. 하지만 정부는 “당장 법원에 제출할 수 있는 건 보정심 회의록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안협의체는 2020년 의사 집단휴진을 마무리하며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체결한 ‘9·4 의정합의’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 올 1월까지 28차례 열렸다. 정부와 의사단체는 의정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원활한 협상을 위해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합의 내용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정협의체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제출할 회의록도 없다”고 밝혔다. 회의록이 없다 보니 “의정협의체에서 증원을 논의했다”는 정부와 “증원 논의는 없었다”는 의협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는 의정협의체에서 결론이 안 나자 올 2월 6일 보정심 회의를 열고 의대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 정부는 보정심 회의는 공공기록물 관리법에 따라 회의록을 생산할 의무가 있는 만큼 회의록을 작성했으며 이를 법원에 낼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보정심 산하에 운영한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회의록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위의 경우 의결 기구가 아니라 회의록 작성이 법적 의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정부 자료 미제출 시 불리할 수도”

정부는 올 3월 15∼20일 배정위를 열고 대학별 정원을 결정했다. 하지만 국회 등의 요구에도 심사위원 명단과 회의록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5일 “배정위 회의록이 있는지, 법원에 제출할지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배정위 회의록은 법원에 제출될 가능성이 낮고, 만약 제출될 경우에도 익명 처리 등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정부가 회의록 제출에 소극적인 경우 증원 집행정지 재판 결과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부장판사는 “자료를 요구한 2심 재판부가 정부 결정의 정당성을 따지겠다고 한 만큼 정해진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결정됐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정부 측에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단체는 정부가 가능한 모든 자료를 법원에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전문가 30∼50명을 투입해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철저히 검증할 방침이다. 임현택 의협 회장도 “백년 국가 의료정책에 대해 회의 후 남은 게 보도자료밖에 없다”며 정부와 전임 집행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한편 서울대 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교수 467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중 96.5%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했으며 “사직을 강행하겠다”는 교수는 3.5%에 불과했다. 비대위는 8월 말 병원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강희경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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