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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돈 떼이고 집에서 쫓겨났던 사람들…지금도 사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이렇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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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의 인사이트] ② 전세 사기, 100년의 역사 (글 : 정유빈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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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과 서민들을 떨게 하는 전세 사기는 갑작스레 새롭게 나타난 사회 문제가 아니다. '전세 사기' 키워드로 과거 신문기사를 검색하면, 1933년 전세 사기에 관한 최초의 기사가 확인된다.

1933년에도 발생한 전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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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집을 방세 – 무지한 노파를 사기하여" (조선일보 1933.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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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보면 사기꾼 노광선 씨가 김영자 씨 소유 가옥을 매입하기로 약정하고 월부로 대금을 납부하기로 한다. 그런데 대금을 완납하지 않았음에도, 노 씨는 소유주 행세를 하며 노인에게 집 한 칸을 전세 놓고 전세금을 편취하여 도주한다. 즉, 매매 계약이 마무리되지도 않았음에도 매매계약서를 바탕으로 소유자 행세를 하며 전세금을 편취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전세 사기는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수법이다.

전세 사기 수법은 점차 복잡한 양상을 띠며 진화한다. 조선일보 1938년 4월 6일 자의 기사 '전세 사기한(꾼)'에 의하면, 집주인 최씨는 본인 주택을 동경건물회사에 저당을 잡히고 3,000원을 빌린다. 그리고 돈을 일부러 갚지 않고 경매에 넘긴다.

그리고는, 경매에 들어간 사실을 숨긴 채, 3명에게 전세를 주어 보증금 950원을 가로챈다. 회사가 빌려준 3,000원과 세입자 보증금 950원을 편취한 것으로, 개인을 기망하는 방식에 더해 주택 담보 금융까지 편취하는 방식으로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1970년대에는 건당 수백 세대의 피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72년 기사 "아파트 사기 잇달아" (경향신문 1972.07.24)에서는 건축주가 아파트 건물과 대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거액의 융자를 받고 입주자들로부터 입주금과 전세금을 받은 뒤, 은행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도주한 사건들이 보도되었다.

'삼각지 아파트' 사례를 보면 건축주는 서울시전차차고지 대지를 매수하여 그 담보로 서울은행에서 7억 5천만 원을 융자받고, 분양 입주 44가구에게서 7200만 원, 전세 입주 86가구에게서 8,900만 원을 받는다. 하지만 건축주가 상환을 하지 않아 은행이 경매에 나서면서, 입주자와 전세 세입자는 돈을 모두 떼이고 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렇게 600명이 피해를 입었다.

지난 100년간 발생한 전세 사기 수법은 현재 전세 사기에서 나타나는 범죄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 본인 집이 아닌 것을 본인 집으로 속여서 전세금을 편취하고, 본인 집을 일부러 경매에 넘긴 뒤 전세금을 편취하는 방식이다. 다만 그 피해 규모가 대형화되고 사기 행위가 조직화, 지능화되었으며, 피해자의 수가 급증하였을 뿐이다.

지난 100년 동안 제도 개선이 미비한 틈을 타, 전세 사기 수법은 우리 사회 안에서 계속 진화하여 왔다. 만약 이번 기회에 우리가 제도 개선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 지능화한 전세 사기 수법이 등장하여 서민들을 괴롭힐 것은 자명하다.

전세 사기가 횡행하는 시기의 공통점



전세 사기가 보도된 시점을 살펴보면, 1930년대, 1960년대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집중된다. 이 시기들은 서울의 산업화 시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서울(경성)은 산업화를 두 번 겪었다. 1920~30년대 제1차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성으로 몰려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 나타난 주택 유형이 현재 북촌과 익선동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한옥집단지구이다. 그리고 1960~70년대 경제개발계획 아래, 서울로의 인구 이동이 급증하면서 주거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1970년대와 80년 초, 전세 사기는 매우 큰 사회 문제였다. 1981년 기사 "전세금 사기 엄중 처벌을" (경향신문 1981.11.17)는 전세 사기의 양상과 피해자들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감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사회혁신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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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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