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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땅끝마을서 돼지 육가공으로 7억 순매출…'소시지 여왕'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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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걸크러시] 해남 애돈인 최희진 팀장

'세상에 없는' 육가공 제품 속속 개발

[편집자주] 당찬 매력을 지닌 여성. 우리는 '걸크러시'라 부른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농촌에 부는 걸크러시 바람도 강력하다. 뉴스1과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공동으로 이들 여성농업인들의 성공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농촌 걸크러시'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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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애돈인 최희진 팀장(26)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4.5.2/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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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뉴스1) 이수민 기자 = "돼지가 좋다는 이유 하나로 땅끝마을에 남았죠.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해서 맛난 '한돈 먹거리' 경험하게 해드릴게요."

2일 오전 전남 해남군 식품특화단지에 위치한 '애돈인' 공장. 사명인 '愛(애)·豚(돈)·人(인)' 그 이름에 걸맞게 공장 건물도 '돼지' 모양이다.

그곳에서 만난 앳된 얼굴의 한 여성. 원피스 대신 '위생복'을 입고, 핸드백 대신 어깨에 '소시지'를 둘러멨다. 100평 규모의 공장 내부를 이리뛰고 저리뛰며 바쁜 모습이지만 얼굴엔 힘든 기색 하나 없다.

주인공은 애돈인의 팀장 최희진 씨(26·여). 아버지 최영림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영농조합법인 애돈인에 2020년 합류했다.

최영림 대표는 주로 농장 관리를 맡고 그밖의 직원 관리와 제품 개발, 온라인 서비스 등 모든 업무가 전부 최희진 팀장 몫이다.

스물여섯의 나이에 해남 땅끝마을에서 일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고 힘들법도 하지만 최 팀장은 사실 준비된 영농 엘리트다. 한국농수산대학 양돈학과를 졸업하고 지역비즈니스학과 전공 심화 과정도 거쳤다.

자신이 직접 키운 돼지로 맛난 먹거리를 만들어보겠다는 아버지의 꿈을 이어받아 직접 상품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로 고향에 남았다.

애돈인은 2016년 어미 돼지 12마리로 시작했다. 당시 '고구마를 먹여 키운 돼지고기로 만든 발효소시지'로 브랜딩해 최영림 대표가 홀로 고군분투했다.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이나 목살 등 구워먹는 고기를 주로 떠올리는데 이곳은 소시지와 햄 등 육가공 사업을 한다. 돼지고기로 만들 수 있는 육류가공품을 다양하게 생산하고 시중에 없는 제품들을 개발한다.

사업이 급격하게 성장한 것은 최희진 팀장이 합류한 2020년부터다. 젊은 감각으로 SNS와 지역축제 협업 등 새로운 유통책을 많이 마련해 지난해 순매출만 7억 원을 돌파했고 어미돼지도 25마리로 늘렸다. 젊은이들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복잡한 것을 안 좋아해서 오히려 시골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스물여섯밖에 안 됐는데 땅끝마을에 있는 걸 걱정하실 수도 있지만 여기서 돼지들이랑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게 행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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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애돈인 최희진 팀장(26)의 어린 시절 모습. 2024.5.2/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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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돈인'의 성공 비결은 우선 '온라인 활용'에 있다. 최영림씨가 혼자 사업할 때만 해도 SNS는 상상도 못 할 큰 벽이었다.

하지만 젊은 감각의 청년인 최희진 팀장은 SNS로 육가공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최 팀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프랑스어로 육가공품을 뜻하는 '샤퀴테리' 요리를 선보인다. 15종의 제품들을 활용해 다채로운 요리를 만드는 게시물을 제작해 올린다.

4050세대를 위해서는 가정에서 간단히 가족끼리 먹을 수 있는 김밥과 샌드위치 등을 만드는 영상을 게시한다.

캠핑을 자주 즐기는 2030세대를 위해서는 바비큐 요리를 추천한다. '포르게타'는 최 팀장이 특별히 신경쓰는 제품 중 하나다.

'포르게타'는 무항생제 한돈 통오겹살을 돌돌 말아 오븐에서 200도 온도로 3시간 동안 구워내는 요리다. 겉껍질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이 흘러 촉촉하게 완성한다.

이미 완성품인 포르게타를 가공해서 판매해 젊은층이 캠핑장에서 레스토랑 못지않은 고급요리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아직까지는 인스타그램과 스마트 스토어(온라인 판매)를 활용하지만 조만간 유튜브와 숏폼 등도 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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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애돈인의 상품 모습. 2024.5.2/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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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쓰고 남은 잡육으로 소시지를 만들지 않습니다. 좋은 소시지를 만들기 위해 좋은 고기와 농산물로만 가득 채웠습니다. 안심하고 드세요."

두번째 성공 비결은 지역의 건강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화학 첨가물이나 밀가루를 쓰지 않고 해남 쌀가루를 베이스로 한다. 돼지는 다우리농장에서 직접 키운 땅끝포크 만을 사용해 수제소시지와 수제 햄, 베이컨, 등갈비 등 제품을 생산한다.

소시지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전통양념 5종을 첨가한 자연발효소시지 제조기술을 이전받은 후 1년 동안 자체적으로 실험과 연구를 한 끝에 자체적으로 제조법을 확립했다.

여기에 지역 농민과의 계약을 통한 다양한 로컬푸드(지역 농산물)를 활용해 '야채맛 소시지', '청양맛 소시지', '허브맛 소시지', '비엔나맛 소시지' 등을 출시한다.

최 팀장이 젊은 감각으로 계약한 다채로운 분야의 사업들 역시 성공을 일구는 요인이 됐다. 단순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과 지역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해남 진로지원센터 연계해 공장 내에 체험 센터를 개소했다. 이 체험센터에 매주 초·중학교 단위로 체험을 온다. 돼지 농가 구경부터 육가공에 대한 소개, 직접 샌드위치나 떡갈비를 만드는 요리 프로그램도 희진 씨가 도맡아 한다.

해남에서 열리는 지역 축제인 '미남축제'와 '공룡 박물관 축제', 면에서 열리는 '플리마켓'에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는 희진 씨의 꿈은 '애돈인' 브랜드를 더욱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는 "돼지고기 하면 아직도 '도드람' 등 기업이 떠오르지 않냐. '소시지' 하면 저희 '애돈인'을 바로 생각할 수 있게 브랜드로서 자리잡고 싶다"고 포부를 내놨다.

이어 "햄이나 소시지가 몸에 안좋다는 편견이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무항생제 인증받은 좋은 돼지로 제품 만들려는 '애돈인'들이니 믿고 드실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아는 기존의 햄과 소시지에서 벗어나 새롭고 다채로운 요리로 한돈을 경험하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brea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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