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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알쏭달쏭 유통] 인기 부위 닭 다리, '치킨 본고장' 미국서 찬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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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서 닭은 건강식…기름기 적고 단백질 많은 가슴살 선호
과거 흑인 노예들이 튀겨 먹던 버려진 닭 부위라는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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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미국 1호점에서 판매하는 메뉴 중 선호도가 가장 높은 닭 가슴살 메뉴 '핫후라이드 텐더'와 '골드킹 텐더' /b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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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치킨 부위 중 가장 인기있는 부위를 꼽으라면 닭 다리가 먼저 떠오른다. 한국 미디어에서 닭 다리는 아끼는 이에게 양보하는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도 종종 묘사될 정도로 선호도가 높은 부위다. 그런데 프라이드치킨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닭 다리 인기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낮고, 닭 가슴살을 더 즐겨 먹는다. 같은 닭 튀김인데도 불구하고 이역만리 두 나라에서 이토록 문화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치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선호하는 닭고기 부위가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서는 부드러운 식감의 닭 다리와 허벅지살이 잘 팔리고, 미국에서는 닭 가슴살 메뉴 매출액이 더 크다. 이렇게 다른 이유로는 닭고기에 대한 두 나라의 인식 차이와 역사적 맥락이 숨겨져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에 따르면 서구권에서 닭은 돼지와 소보다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닭고기는 가슴살을 비롯한 연한 색 육질 '화이트 미트'와 다리, 허벅지살 등 짙은 색 육질 '블랙 미트'로 나뉜다. 미국인들은 기름기가 적고 단백질 함량이 높아 건강에 더 좋다는 이유로 화이트 미트 부위를 선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영양성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닭가슴살은 조리하지 않을 시 100g당 106Kcal, 닭 다리는 같은 양에 190Kcal로 열량이 2배 가량 차이난다.

반면 한국은 과거에 고기 섭취량이 적은 나라였고, 육류 중에서는 닭을 주로 소비했다. 닭 다리와 허벅지살은 기름기가 많아 열량이 높다. 단백질 위주 건강식보다는 고기를 먹고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블랙 미트 수요가 컸다. 이에 더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가진 부위라는 점도 인기에 한몫 했을 것이라고 bhc 측은 설명했다.

bhc 미국 1호점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5일까지 가장 많이 팔린 메뉴 1~5위 통계를 살펴보면 1위는 닭가슴살이었고 5위가 닭다리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 한 마리 메뉴가 가장 많이 팔렸고, 2위는 닭 다리와 날개가 함께 제공되는 콤보 메뉴가 차지했다.

bhc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닭고기 선호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처럼 다른 해외 지점에서도 국가별, 문화별로 메뉴 수요가 다르다"며 "시장을 공략할 때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한국 치킨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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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한국과 소비 경향이 다른 해외 고객을 겨냥하기 위해 현지 수요를 적극 반영해 사업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bhc치킨 미국 1호점 LA 파머스 마켓점 /b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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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미국의 노예 제도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과거 미국에서 흑인 노예를 둔 백인 농장주인들은 닭고기에서 화이트 미트 부위만 구워 먹고 남은 다리와 날개, 목은 노예들에게 버리듯 제공했다. 이 부위를 목화씨 기름에 튀겨 먹었던 흑인들의 '소울 푸드' 프라이드치킨이 현재 자리 잡은 치킨의 유래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과거 닭 다리는 '부산물' 취급을 받으며 버려지는 부위였고, 프라이드치킨은 흑인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2월 미국 뉴욕 나이액중학교에서 급식 메뉴로 프라이드치킨과 수박을 제공하자 학생과 학부모들이 인종차별 메뉴라며 학교 측에 항의하는 일이 생겼다. 지난 2013년에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민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흑인 래퍼 릭 로스와 닭 다리를 합성한 이미지를 게시했는데, 닭 다리가 종종 흑인을 비하하는 데 사용된다는 이유로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전문가들은 아직도 미국에 거주하는 일부 백인들 사이에서는 프라이드치킨을 흑인들의 음식이라고 여겨 잘 먹지 않는 경향이 남아 있다고 설명한다. 뼈가 없어 썰어먹기 편한 닭 가슴살이 뼈째 손에 쥐고 먹어야 하는 닭 다리보다 우아한 부위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과거 남은 닭 부위로 만들어진 프라이드치킨을 백인들도 먹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서양권에서는 굽거나 끓이는 닭요리가 발달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다리 부위를 선호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드치킨이 탄생 배경과 맞물려 흑인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이를 꺼리는 사람도 있다"며 "건강을 생각해서 저지방 닭 가슴살을 선호하는 미국 소비자도 있지만 닭 다리 튀김을 비선호하는 데는 역사·문화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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