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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라인 사태’ 선 넘는 일본, 윤 정부 대일 ‘저자세 외교’ 탓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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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 쪽에 보낸 4월16일치 행정지도 공문의 앞부분.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 운영 위탁 업무를 맡고 있는 네이버로부터 “상당 부분 자본적인 지배”를 받고 있다면서 이 “관계를 수정할 것” 등을 거듭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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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굴욕 외교’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개선했다는 한-일 관계가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라인 사태’로 흔들리는 모습이다. 윤 정부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의 라인 경영권을 위협하는 행정지도를 하게 된 배경에 그동안 취해온 대일 ‘저자세 외교’의 영향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일본도 한-일 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현명한 선택을 내리기 바란다.



한-일 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라인 사태는 지난해 11월 라인의 운영 업체인 라인야후의 서버가 공격을 받아 약 44만건(총 52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됐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5일과 4월16일 라인야후에 내린 두 차례 행정지도를 통해 “네이버로부터 상당 부분 자본적 지배를 받고 있는 관계를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네이버와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4%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다.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서 소프트뱅크에 라인야후를 ‘단독 경영’ 하라고 사실상 지시를 내린 셈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역시 3일 “자본 지배력을 줄이라는 요구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16일 내놓은 올해 ‘외교청서’에서 “중요한 이웃”인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연대와 협력의 폭을 넓혀가겠다”고 밝혔다. 한쪽으로는 우호·협력을 외치며 다른 쪽으로는 그 상징인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관계를 끊으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 정부는 지난해 3월 양국 간 최대 현안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해결한다며 일방적 양보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 직후 두 나라는 2019년 이뤄진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처를 원상회복했다. 하지만 당시 조처는 일본이 한국을 먼저 때린 전형적인 ‘경제적 위압’이었고, 아베 신조 전 총리 역시 사후 나온 회고록에서 이 결정이 한국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일본이 먼저 유감을 밝히고 선제 대응을 해야 했지만, 오히려 피해자인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하는 등 먼저 굽혔다. 이를 본 일본이 윤 대통령이 있는 한 한국에 다소 무리한 짓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 오해한 건 아닌가.



한-일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윤 정부는 지금껏 드러난 대일 외교의 여러 문제점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일본에는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킬 것을 당부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연대·협력의 폭을 넓히겠다” 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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