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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공공돌봄 싹 짓밟는 사회서비스원 폐지 결정, 철회가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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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원들이 3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저출생 시대 아동돌봄 제공하던 서사원 조례 폐지 규탄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2019년 공적 돌봄 강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출범 5년 만에 폐원 위기에 몰렸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서사원 지원 조례 폐지를 가결했다. 출연금이 끊기면 서사원은 폐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가뜩이나 부족한 돌봄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기는커녕, 어렵게 일궈온 공공 돌봄의 싹을 짓밟는 현실이 안타깝다.

서사원은 박원순 시장 시절 민간 시장에 맡겨 온 돌봄 서비스에 공공이 참여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에서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이 되자 예산을 삭감하며 고사작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폐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 시장보다 높은 요양보호사 급여, 야간 및 주말 운영 제한 등 ‘방만한’ 경영을 폐원 사유로 꼽고 있다. 서사원의 요양보호사가 민간보다 급여가 많은 것은 서비스 질과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직접 고용하고 월급제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화로 인해 돌봄과 의료·복지 등 통합서비스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등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공돌봄 기관의 폐지는 무책임하다. 운영에 비효율 등 문제가 있다면 지적해 바로잡으면 될 일이지 자치단체 의회가 상위법에 근거해 설립된 공공서비스기관에 대한 지원을 끊어 문을 닫도록 하는 것은 월권이나 다름없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 사업자 간 경쟁과 규모화를 통해 사회서비스를 강화하겠다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민간에 맡겨진 사회서비스는 고용과 서비스이용 양면에서 불안정성이 크다. 서울시의회는 이런 문제들을 해소할 대안이 있는가. 서사원이 돌봄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수는 있다. 그런데도 다른 당의 전임 시장이 주도한 사업이라는 이유로 폐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1인 가구 증대, 초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맞춰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공공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기성 안전망까지 걷어치우며 돌봄의 시장화를 추진하는 것은 약자들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코로나19 당시 문을 닫은 민간 돌봄기관을 대신해 감염위협을 무릅쓰고 확진자들을 보살피던 서사원 종사자들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에 진심이라면 이 사안을 못 본체 해선 안된다. 오 시장은 서사원 폐지 조례안에 대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하고, 시의회도 이를 받아들여 폐지 조례안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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