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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중국은 왜 바다에 떠다니는 핵발전소를 지으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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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떠다니는 핵발전소’ 아카데믹 로모노소프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항구의 조선소를 빠져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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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중국해 분쟁지역에 바다를 떠다니는 해상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군 당국자들은 중국이 실제 해상 핵발전소를 지으려면 몇 년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실제 완공되면 환경 오염과 군사 안보 두 측면에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수역의 군사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바다 위에 띄워 발전하는 원자로를 2010년부터 연구·개발해 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일(현지시각) 미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역을 앞둔 존 아킬리노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워싱턴포스트에 “중국의 해상 핵발전소 구상은 지역의 모든 나라에 잠재적 영향을 끼친다”며 “중국 언론은 중국 정부가 이들 해상 핵발전소를 이용해 남중국해에 대한 군사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는 미국 국무부에서도 공유하고 있다. 익명의 국무부 당국자는 “중국의 해상 핵발전소 배치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은 더 빨리 그것을 미국의 안보이익뿐 아니라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이 대만, 일본, 필리핀 앞바다를 포함해 남중국해에서 점점 군사적 힘을 과시하며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필리핀 서쪽 바다에서는 중국의 해안경비대가 세컨드 토마스 숄 근처의 필리핀군 파견대 보급에 나선 필리핀 함정을 막아서는 등 직접 충돌을 불사하고 있다.



중국도 해상 핵발전소의 군사적 의미를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의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2016년 “정부가 남중국해에 원자로 20기를 배치해 상업적 개발과 석유탐사, 바닷물 담수화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면서도 군사적 이용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환구시보는 “해상 핵발전소가 갖춰지면 남중국해의 섬과 환초들은 본질적으로 핵추진 항공모함이 된다”며 “이들은 멀리서 오는 미국의 항모 전단보다 군사적으로 더 유리하다”고 적었다.



이런 움직임은 지정학적 갈등 요소로 여겨지는 것뿐만 아니라, 방사선 오염 등 환경적 측면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잇따른다.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토머스 슈가트 연구원은 “중국의 해상 핵발전소 배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해상의 핵발전소가 육상의 핵발전소보다 여러 사고 위험이 크고, 환경상 강력한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하며, 바닷속에서 적대 세력이 몰래 공격해 들어올 경우 막아내기도 쉽지 않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육상의 핵발전소 원자로는 통상 150㎝가 넘는 두께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호되지만, 바다에 띄우는 원자로에 이런 무거운 보호 구조물을 두르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참여과학자연맹(UCS)의 에드윈 라이먼은 “바다의 원자로는 땅에 짓는 원자로처럼 튼튼하고 강력하게 만들 수 없다”며 “사고가 나면 바로 광범한 바다 오염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지나친 우려라고 말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그레고리 폴링은 “10년 동안 귀가 따갑게 들었지만, 아직도 원자로가 없다”며 “바다 위에 핵발전소를 짓는다는 구상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 디젤 발전보다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하는 일엔 그것보다 더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현재 해상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라는 러시아가 유일하다. 러시아는 2019년 12월 아카데믹 로모노소프라는 이름의 해상 핵발전소 가동에 들어갔다. 무동력 바지선 위에 복층 구조의 발전소를 지은 구조로, 가압경수로 2기와 증기터빈 2기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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