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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PartⅠ] 불붙은 휴머노이드 경쟁, 생성형AI 탑재로 사람처럼 소통, 인력 부족·인건비 문제 해소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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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 기업 유니트리로보틱스는 최근 자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인 ‘H1 V3.0 에볼루션’이 지면에서 초속 3.3m로 달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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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검색 엔진 기업 바이두는 최근 중국 로봇 제조사인 유비테크(UBTECH)와 협력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섰다. 4월 초 양 사가 공개한 영상 등에 따르면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AI 모델 ‘어니봇’을 유비테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AI가 탑재된 ‘워커S’는 옷을 개는 등 복잡하고 유연한 조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어니봇은 지난해 바이두가 공개한 거대언어모델(LLM) ‘어니 4.0’ 기반으로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비테크가 자체 개발한 로봇 ‘워커’는 중국 최초의 상용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로봇 스타트업 피겨AI와 협력해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휴머노이드를 내놓자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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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와 유비테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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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두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AI가 탑재된 ‘워커S’는 옷을 개는 등 복잡하고 유연한 조작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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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업계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과 함께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단연 ‘로보틱스(로봇)’다.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AI 기술 발전으로 인해 물리세계에서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로봇도 속속 출현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에는 상용화까진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이뤄지는 점이 눈에 띈다.

휴머노이드란 머리, 몸통, 팔다리와 같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의미한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있진 않지만 인간의 역할을 대신 할 수 있어 로봇 사업의 ‘끝판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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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시장 2035년 380억달러 규모
골드만삭스는 지난 2월 ‘글로벌 자동화:휴머노이드 로봇’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5년 380억달러 규모까지 커지고 로봇 출하량이 140만 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발표했던 전망치와 비교했을 때 시장 규모는 6배, 출하량은 4배 증가한 것으로 주목된다. 그만큼 생성형 AI와 결합해 로봇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고, 휴머노이드의 상용화 시기가 훨씬 앞당겨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 2031년 출하량 100만 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고, AI 발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전기차와 스마트폰 다음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머노이드 로봇 원가와 산출물에 대한 투자 회수기간 분석에 따르면 과거 예상치보다 로봇 상용화가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10년 내로 자동차 한 대 가격으로 사람과 유사한 수준의 휴머노이드가 산업 현장 그리고 일반 가정에 보급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30년께 산업용 휴머노이드가 약 25만 대 출하되고, 소비자용 휴머노이드는 2035년께 연간 100만 대 생산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휴머노이드 상용화 가능한 이유
골드만삭스가 로봇 산업의 빠른 성장을 예상하면서 상용화 전망 시기를 앞당긴 첫 번째 이유는 AI 발전이다.

생성형 AI 생태계가 확장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디지털 공간 내에서 생산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언어모델을 로봇에 적용할 수 있다면, 자연어 명령만으로 로봇을 조종하거나 창작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 실제로 디지털 공간 내에만 머무르고 있는 AI 기술을 로봇에 적용해 기계가 사람처럼 인식·행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챗GPT처럼 자연어 명령만으로 로봇을 조종하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은 AI모델이 급격하게 발전한 덕분에 기술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으며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골드만삭스는 “AI 발전이 우리를 가장 놀라게 했다. 로보틱스 분야에서 LLM(거대언어모델) 도입은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엔지니어가 모든 것을 로봇에 코딩할 필요 없이,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이유는 로봇 제작 원가의 하락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1년 사이 로봇 생산비용은 40%가량 하락했다. 고사양 로봇의 경우 제작비용이 1년 전 25만달러에서 2023년 기준 15만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골드만삭스가 과거 예상했던 15~20% 하락보다 훨씬 더 큰 낙폭이다. 고정밀 기어부터 액추에이터까지 로봇 부품의 가격이 과거 예상과는 달리 날로 저렴해지는 추세다.

이는 ▲광범위한 글로벌 공급망의 형성 ▲설계 및 제조 기술 최적화 등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장용 휴머노이드는 1년, 소비자용 휴머노이드는 기존 예상보다 2~4년 빨리 보급될 것으로 예측됐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과 관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공급망 업체에 투자가 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노동 시장 인건비를 고려하면 1대 당 1만달러 수준에서 판매 가격을 맞출 경우 다용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매우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30년 초중반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조업 노동력 부족의 격차를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 세계적인 초고령화 현상과 관련해 고령자케어(간호·간병) 등 사회 문제 해결에도 로봇이 투입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로봇이 스마트폰, 전기차(EV)와 같이 사람들이 무조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 장치(디바이스)’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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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가 개발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모든 손가락으로 촉각을 느껴 계란을 깨지 않고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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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업무, 로봇이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은 우선 사람이 기피하는 ‘위험하고 더럽고 단조로운’ 작업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력 구조를 효율화하고 비용을 줄이고 싶어 하는 제조 기업들의 니즈와도 맞아떨어진다. 보고서는 ▲자동차 제조 ▲재난 구조 ▲원자로 작업 등 위험한 노동 대체율을 5~15%로 가정할 경우,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수요는 세계적으로 110만~350만 대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봇을 둘러싼 경제강국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각국의 ‘제조업 부흥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성장이 멈춘 선진국들은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일손 부족, 인건비 상승 흐름 속에서 로봇을 제조업을 혁신시킬 핵심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과 자동화가 일반화되면서 국방, 제조, 모빌리티, 물류, 정보통신 등 산업 곳곳에서 로봇 활용이 빠르게 확산됐다. 또 반복 업무가 많은 자동차 제조 공장에서 쓰이는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물류, 서비스 등 분야·업종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치솟는 인건비와 코로나19에 따른 근로 환경 변화 등으로 로봇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데다 기술 고도화로 로봇이 더 다양하고 복잡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실제 도입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2만달러에 로봇 상용화 나선다는 테슬라
테슬라는 향후 옵티머스 로봇을 3~5년 이내에 2만달러의 가격으로 상용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리 돈 약 2600만원으로 휴가 없이 365일 밤낮으로 일하는 노동 로봇이 등장하는 셈이다.

이는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거나 집사, 가사도우미, 인간의 동반자로 활용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의미다. 당장 사람처럼 행동하는 수준의 휴머노이드 단계로 진입하기 전 인간의 노동을 덜어주는 로봇이 먼저 등장하는 식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공장에서도 사람이 아예 없는 ‘완전 자동화’를 지향하고 있다. 팬데믹과 파업 같은 이슈에서 자유롭고 사람보다 더 빠르면서도 더 오랜 시간 일하는 로봇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사례처럼 기업들이 AI·머신러닝과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로봇에 접목하기 시작하면서 수년 안에 ‘로봇 제조 시대’가 일상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테슬라의 ‘4륜 로봇(자동차)’은 사람들이 여행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다”며 “우리는 AI 기술을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로봇이 충분히 똑똑해지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패권, 美·中 경쟁
강대국들의 로봇 패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IT업계에서는 국가별로 로봇 제조 역량이 분산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미국 등이 AI를 비롯한 로봇 소프트웨어를 이끌고, 광범위한 공급망과 낮은 제조비용을 제공하는 아시아가 로봇생산 허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보스턴-피츠버그-실리콘밸리 중심의 ‘산학연’ 민간 로봇 생태계를 육성하는 한편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제조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실행 중이다.

미국 내에서 이뤄진 로봇 투자는 200억달러(2021년 기준) 규모로 전 세계 투자액의 60%를 차지한다. 미국 정부는 로봇 사업 로드맵을 통해 ▲제조업 ▲의료 ▲헬스케어(재활로봇) ▲서비스업 ▲우주 ▲군사 6개 분야에서 로봇 개발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국가로봇이니셔티브(NRI2.0) 추진을 통해 대학을 비롯해 산업계와 비영리조직, 민간 스타트업 등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있다.

중국은 ‘로봇굴기’를 통해 미국에 맞불을 놓고 있다. 세계 최대 로봇 시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중국은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을 10대 핵심 사업으로 지정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로봇 산업 육성을 통해 중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임금 상승, 핵심 기술·부품의 높은 대외의존도 등 제조업 경쟁력 하락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경우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모터, 센서, 감속장치 등 핵심 부품에 대한 대외의존도가 높다. 이에 중국은 2025년까지 핵심 기술과 부품, 소재를 70%까지 자급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특히 생산과 물류, 자동화 분야에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선전, 둥관, 선양 등 10곳에 달하는 로봇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했다.

특히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어 주목된다. 생성형 AI 기술 경쟁에서 미국 빅테크에 밀리자 AI와 로봇을 접목해 ‘립프로깅(Leapfrogging)’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보인다. 립프로깅이란 ‘개구리 점프’라는 의미로 기술 개발에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다음 단계로 점프하는 것을 지칭한다. 금융 분야에서 추격자 위치에 있던 국가들이 현금 결제에서 신용카드 결제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간 것이 대표적인데 최근 들어 AI 시장에서 첨단 기술을 곧바로 서비스에 접목한 사례에서 통용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하고 2027년에는 세계 최고 수준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중국 로봇망에 따르면 3월 중국의 17개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국가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여기에는 중국의 핵심 로봇 기업, 대학, 기관 등이 참여한다. 중국 로봇 개발사 유니트리는 3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휴머노이드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H1’ 로봇은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고 뛸 수 있는 이족 보행 로봇으로 100m를 30초 만에 주파하는 속도(최대 3.3m/s)로 달릴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팟의 최대 주행속도(1.7m/s)보다 2배 가까이 빠르다. 회사 측이 공개한 시연 영상에 따르면 이 로봇은 복잡한 댄스 동작까지 소화하고, 작은 상자를 들어 올려 운반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도 있다. H1의 가격은 약 9만~15만달러로 고급 차량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됐다. 이미 선주문을 받고 있어 조만간 시장에 출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황순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64호 (2024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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