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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ADB 총회]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기금화' 성공할까…韓·日·中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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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CMIM 실효성 제고 주력

아세안+3 회의서 재원구조 개편 방안 논의

中·日 신경전이 변수, "한국 중재 노력 필요"

아주경제

[사진=A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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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을 포함한 아시아 역내 다자간 통화스와프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의 기금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위기 시 각국에서 통화스와프 자금을 조달·공급하는 현행 '약정기반 시스템'에서 평시에 자금을 조달해두고 지원하는 '펀드시스템'으로 재원 구조를 개편하자는 논리다. 개편안을 두고 일본과 중국 간 신경전이 치열한 만큼 최종 합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일정 중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일·중)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CMIM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재원 구조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

CMIM은 1997년 아세안+3 정상회의 당시 외환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역내 금융지원 메커니즘을 강화키로 약속하면서 출범한 협의체다. 현재까지는 다자 간 통화스와프를 통해 위기 시 자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한 번도 실제 지원이 이뤄진 바 없다. 자금 조달상 제약 때문이다.

한은은 이번 회의에서 CMIM 기금화로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하고 회원국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5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CMIM 실효성 강화를 위해 자본 조달 구조를 약정 기반 시스템에서 펀드 시스템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는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통해 '기금(paid-in capital)' 방식으로의 전환을 제안한 바 있다.

한국은 이번 연차총회의 공동의장국으로서 CMIM 기금화 추진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CMIM 기금화에 대한 한은 관계자는 "이 총재는 현행 방식이 각국 경제 상황에 따라 재원 확보가 어려울 수 있어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해 다년간 기금화를 주장해 왔다"면서 "기금화에 대해 공감대를 이끌어내기만 해도 큰 성과"라고 말했다.

기금의 자금 운용 방식을 놓고 일본과 중국 간 신경전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이 CMIM 분담금 2400억 달러 중 384억 달러를 책임지는 데 반해 일본과 중국은 각각 768억 달러씩이다. 회원국 중 최대 규모다. 양국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본은 지난해 12월부터 CMIM 활성화 방안으로 '신속금융 프로그램(RFF)' 도입을 제안했다. 아세안에 대한 영향력 확대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28일 "감염증이나 팬데믹으로 생기는 긴급한 자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CMIM 아래에 새로운 제도를 마련한다"며 RFF 도입 필요성과 함께 역내 일본의 역할을 강조했다. 향후 CMIM의 시스템이 보강되면서 아시아통화기금(AMF)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기구 내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일본 측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RFF가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재난 시 소규모 자금을 신속 지원하는 RFF 출범 자체에 대해선 필요성을 인정해 아세안+3 재무차관 및 중앙은행 부총재들이 합의했으나 대출 제도를 다루는 내용인 만큼 세부 사항에 대해선 13개국마다 입장이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이 미온적이다. 아세안 회원국도 양국 사이에서 고민 중인 상황이다.

중국은 CMIM 활성화 과정에서 역할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행 달러화 기반인 CMIM에 위안화를 추가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 10개국이 일본 주도의 ADB와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모두에 동시 가입돼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역시 아시아 금융·자본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는 아시아채권시장발전방안(ABMI)을 주도했지만 일본과 중국의 소극적 대응으로 무산된 바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CMIM은 아직 협의체에 불과해 향후 돈을 관리할 기구를 조직하는 게 과제"라며 "일본이 찬성하면 중국이 반대하고 중국이 반대하면 일본이 찬성하는 상황이라 우리나라가 중재를 잘하면 역내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CMIM의 원조 대상은 주로 동남아 국가들이라 한국의 외환보유액 관리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도 "이 총재가 CMIM 기금화에 성공한다면 단순 협의체를 실질적인 기구로 만들었다는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CMIM 20년 평가와 새로운 협력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일본이나 중국은 물론 아세안도 자국에 관련된 금융 협력 관련 본부나 기구를 유치하거나 주도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러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동아시아 국제 금융 환경에서 역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한국이 중심이 된 양자 간 금융 협력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아주경제=트빌리시(조지아)=서민지 기자·장선아 기자 sunrise@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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