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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이슈 미술의 세계

현대인의 사랑관 신랄하게 꼬집은 블랙코미디…연극 '클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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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재공연…"등장인물 비웃고 조롱하는 느낌 나게 연출"

연합뉴스

연극 '클로저' 하이라이트 시연 중인 앨리스 역의 안소희와 댄 역의 유현석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한 연극 '클로저'는 왜곡된 현대인의 사랑관을 신랄하게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이면에서 은밀하게 작동하는 신분제 등 부조리로 가득한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본능적 욕구와 집착으로 무너지는 안나와 앨리스, 래리, 댄 네 남녀의 관계를 냉소적인 유머로 사정없이 비꼰다. 1997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초연한 뒤 각종 연극제에서 상을 휩쓴 이 작품이 1998년 이브닝 스탠더드 선정 '올해의 최고 코미디상'에 이름을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공연되는 '클로저'도 원작의 이 같은 코믹한 분위기를 한국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다.

김지호 연출은 2일 서울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언론 대상 시연)에서 "어떻게 하면 한국 관객이 이 작품을 웃으면서 볼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원작이 지닌 블랙코미디 요소를 최대한 살려 대본을 번역한 뒤 이를 한국적 정서에 맞게 치밀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연출의 숙제였다.

김 연출은 "작품을 보고 웃고 난 뒤 씁쓸한 감정까지 끌어내야 이 작품이 가진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며 음담패설과 같은 대사를 통해 (등장인물을) 비웃고 놀리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각 배역의 특성과 시대·장소 설정은 원작의 틀을 최대한 유지해 배역들의 영국식 이름과 직업,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사회 상황은 원작과 동일하게 설정했다. 설정을 대폭 손질했다가는 자칫 '클로저'라는 작품이 가지는 본질적 가치마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김 연출은 "기본적인 설정마저 바꿔버린다면 굳이 '클로저'라는 작품을 우리 무대에 올릴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대신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춰) 작품이 가진 웃음과 관능 등 자극적인 요소를 좀 더 귀엽게 표현하거나 게임처럼 보이도록 했다"고 말했다.

가령, 주인공 래리가 연적 댄을 한국식 비속어와 욕으로 헐뜯는 장면이나 음담패설로 이뤄진 인터넷 채팅의 내용을 관객에게 직접 노출하지 않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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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라이트 시연 후 무대인사를 하는 클로저 출연진과 연출진
[촬영 = 임순현]


주인공 네 남녀의 불편한 관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무대 미술도 눈길을 끈다. 무대 중앙을 차지하는 긴 테이블은 특정 장면에선 소파나 침대의 기능도 하는데, 이는 '억지로 기워놓은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장치다.

김지호 연출은 "8년 전 작품과 연출진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무대 미술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면서 "작품이 가장 중심적으로 내세우는 무대 콘셉트는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의 시각화"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에 도전한 안소희의 연기도 흥미롭다. 사랑을 갈구하지만 운명에 휘둘리지 않으려는 앨리스 역을 맡은 그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흡연을 하는 등 파격적인 연기 변화를 보여준다.

안소희는 "부담스럽거나 불편하기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연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관객이 어떤 이미지로 제 연기를 받아들일까 너무 궁금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잇따라 주목받다가 16년 만에 배역을 바꿔 재출연한 진서연의 연기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2008년 '클로저'에서 앨리스 역으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그는 이번에는 안나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됐다.

진서연은 "16년 전에는 앨리스의 정서밖에 몰랐는데 이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기면서 안나의 감정도 이해하게 됐다"며 "안나는 더 나은 선택을 할 줄 알았지만 그건 아니었다. 모두가 늘 똑똑한 선택을 하는 건 아니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연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극 '클로저'는 7월 14일까지 서울 대학로 플러스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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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클로저' 포스터
[레드앤블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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