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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유일한 핏줄인 아들에 할머니 찾아주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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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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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유일한 핏줄인 아들에게 친할머니를 찾아주고 싶었어요.”

44년 전 독일로 입양됐던 성경주 씨(44·여)는 한국의 가족을 찾게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열살배기 아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인의 뿌리를 찾아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성 씨는 이달 1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들이 태어나면서 한국에 대한 제 관심도 커졌다”며 “아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찾고,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성 씨는 재외동포청 주최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2024 세계 한인차세대 대회에 ‘차세대 리더’ 자격으로 참석했다.

생후 6개월 독일로 입양된 성 씨의 삶은 비교적 순탄하게 흘러갔다. 독일인 양부모는 다정했고, 관심을 갖고 있던 이론물리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머물다가 네덜란드인 남편을 만나 가정도 꾸렸다. 열살 난 아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그는 유명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 그는 지난해부터 한국의 친부모를 찾아 나섰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한 비영리 단체가 진행하는 ‘입양인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여했다. 입양기관인 홀트 아동복지회를 찾아 자신의 출생 기록 등을 확인했다. 자신의 유전자정보(DNA)를 국내 경찰에도 등록했다. 재외동포청과 경찰청, 아동권리보장원은 2020년부터 재외공관 34곳을 통해 해외 입양 한인의 유전자를 채취해 한국의 실종자 가족과 대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성 씨는 한국의 가족을 찾아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저는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고, 한국의 부모님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지 않았다”며 “하지만 아들이 태어나면서 제 유일한 핏줄인 아들이 조부모님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슬펐다”고 했다. 그는 “제게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며 “아들은 한국인으로서 뿌리를 탐구하고 한국에서 살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성 씨는 최근 학교에 갈 나이가 된 아들을 프랑스 현지의 한국 학교에 보냈다. 아들은 한국어와,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성 씨가 확인한 입양 기록에 따르면 그는 경주시에 출생신고가 돼있었다. 그는 독일로 떠나기 전까지는 대구의 백백합 보육원에서 지냈다. 그는 1979년 12월 20일생이고, 이듬해인 1980년 5월 독일에 생후 6개월의 나이로 입양됐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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