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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참기름 공장 … 예술 향기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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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의 작품과 인생을 천장까지 활용한 몰입형 미디어와 인공지능(AI) 음성으로 감상할 수 있는 2관의 전시. 아트팩토리 참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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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고소한 참기름을 짜내던 공장이 문화예술의 즐거움이 샘솟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강화도에 새롭게 문 연 '아트팩토리 참기름'이다. 디지털 미디어 기업 '노크'가 콘텐츠 연출부터 운영까지 도맡은 이색 공간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총 7000평 규모의 오래된 공장 터에 전시·공연·식음료 등의 공간이 알차게 들어찼다.

최근 개관을 기념해 매일경제와 만난 김정호 노크 대표(사진)는 "오랫동안 이루고 싶었던 꿈"이라고 소개했다. 노크는 클라우드 캐스트 기술을 개발·보유해 2013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전문 매체 레드 헤링이 선정한 100대 글로벌 기업으로 뽑힌 회사다. 흔히 건물 외부의 대형 미디어 패널이나 지하철역·공항 등에서 볼 수 있는 광고에 노크가 만든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쓰여왔다. 요즘은 이런 기술의 적용 범위가 넓어져 단순 광고판에 그치지 않고 공간 전체를 구축하는 데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김 대표는 "아트팩토리 참기름은 노크가 보유한 이런 노하우를 쏟아넣은 총체"라고 했다.

관장은 가수 이승철의 부인이자 사업가인 박현정 씨가 맡았다. 공간 이름도 이 부부가 지었단다. 지금은 참기름 제조와 아무런 관련 없이 건물 뼈대 등만 남았지만, 원래의 정체성을 이름에 담으라고 조언한 게 이승철이다. 이어 박 관장이 '매력'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참(charm)에 한자 '즐길 기(嗜)' '곳간 름(름)'을 붙여냈다. '즐거움과 기쁨이 가득한 창고'라는 의미다. 과거 이승철 콘서트에 노크의 미디어 기술이 활용된 후 인연을 이어왔다고 한다.

개관 전시로 1·2관에선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인 '빛의 산책'이, 3관과 다목적홀에선 각각 오순경 작가의 '오색찬란', 김선미 작가의 '화율' 전시가 한창이다. 특히 미디어 아트 콘텐츠엔 한때 영화감독을 꿈꿨던 김 대표의 역량이 담겼다. 한국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이 역시 'SF(과학소설) 장르 영화를 연출하겠다는 꿈을 좇아 택한 길이었단다. 영화 동아리에서 독립영화도 연출해보는 등 꿈을 키우다가, 지금의 회사를 창업해 컴퓨터·디지털 공학과 공간 관련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됐다. 예를 들어 1관은 신비한 정원, 오로라가 떠오른 해변, 미지의 숲과 고래가 헤엄치는 해저, 고대 문명 등 인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을 구현한 7개의 공간을 둘러보게끔 기획됐다. 김 대표는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접목했다기보다 콘텐츠와 솔루션, 디스플레이 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맥락으로 구성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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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관에선 네덜란드 화가 반 고흐의 대표작과 그의 일생을 대형 몰입형 미디어로 접할 수 있다. 이 공간은 8m 높이에 서라운드 음향 시설을 갖춘 오페라 극장 형태로 지어졌다. 대다수 실내 미디어 아트가 벽면과 바닥 면을 활용하는 데 그친다면, 이 공간은 천장을 돔처럼 활용해 더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반 고흐 등 인상파 화가의 작품은 미디어 전시의 단골 소재 중 하나다. 화려한 색감과 익숙한 인기 작품, 작가의 사후 저작권이 자유롭게 풀려 있는 등 현실적 이유가 있다. 다만 김 대표는 다른 전시에선 접하기 어려운 작가의 생각과 일생을 담아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지능(AI)을 통해 고흐의 목소리도 구현해냈다. 물론 상상력을 가미해 창조해낸 허구의 목소리지만, 작가가 남긴 기록을 읽어주며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반 고흐는 충분히 유명한 작가지만, 겉모습만 알고 있던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저도 이번 기회에 고흐가 생전 동생 테오와 나눈 편지 기록을 접했거든요.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생각과 철학, 세계관이 정말 멋있더군요."

노크는 9일 개관식 이후 전시뿐 아니라 공연·교육·지역발전 등 다양한 주제를 품은 공간으로의 도약을 꿈꾼다. 16일 오후 4시엔 아트팩토리 참기름 야외 공연장에서 이승철의 아프리카 학교 '리앤차드 스쿨' 건립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연다. 사전 예매로 약 300명 규모로 객석을 채운다.

궁극적으로는 강화의 지역색을 품은,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키우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강화군은 지역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가뜩이나 주변이 논밭뿐인 동네에 이런 시설이 들어왔다고 주민분들도 반겨주신다"고 했다. "앞으로 강화만의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지역 살리기에 동참하고 싶어요. 어린이 지역 체험 행사, 지역 관광상품 개발 등에도 나서고자 합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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