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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KDI "고금리에 내수 회복 쉽지 않아…대규모 내수부양 자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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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올해 소비 0.3%p 올리지만 고금리가 0.4%p 끌어내려"

헤럴드경제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모형총괄(왼쪽)과 김미루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오른쪽)이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내수가 부진한 요인을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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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수출이 회복되면서 최근 내수 경기가 다소 살아났지만, 누적된 고금리 탓에 올해 내수가 충분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일 이런 전망에 근거해 물가 안정세를 흩뜨리는 대규모 내수 부양책은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KDI 경제전망실 김미루 연구위원과 김준형 모형총괄은 이날 현안분석에서 최근 내수가 부진한 요인을 금리와 수출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수출의 지속적인 증가는 통상 가계의 소득 증가, 기업의 투자 증가 등 내수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반면 고금리의 지속은 기업 투자의 기회비용 상승, 가계의 저축 유인 증대 등으로 이어져 내수를 위축시킨다.

연구진이 실제 2004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20년간 수출·금리와 소비·투자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수출 증가는 소비와 투자의 증가로 이어졌다.

상품수출이 1%포인트(p) 증가하면 설비투자는 같은 분기에 최대폭인 0.36%포인트 증가했다. 그 효과는 해당 분기를 포함해 3개 분기에 걸쳐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소비의 경우 상품수출이 1%포인트 늘면 민간소비가 1개 분기 후에 0.07%포인트 상승했다. 그 효과는 약 1년간 이어졌다.

수출이 늘면 소비보다 투자에 빠르게 효과가 나타나지만, 그 효과는 소비에 더 오래 지속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기업은 상품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반면, 소비는 단기적으로 크게 변동하기보다는 평탄화 경향을 보인 결과라고 해석했다.

반면 정책금리는 1%포인트 인상되면 민간소비가 3개 분기 후 최대 0.7%포인트 감소했으며, 그 효과는 인상 후 9개 분기까지 지속됐다. 설비투자의 경우 정책금리 1%포인트 인상에 3개 분기 후 최대 2.9%포인트 감소하며 그 영향은 8개 분기까지 지속됐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시작해 상당 기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최근 내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내수 위축의 완화는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에도 수출 회복의 긍정적인 효과가 확대된 결과라고 추정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였는데, 이중 내수의 기여도가 0.7%포인트였다. 작년 4분기(-0.4%포인트), 3분기(0.2%포인트), 2분기(-0.8%포인트), 1분기(0.4%포인트)보다 기여도가 확대됐다.

연구진은 작년 상반기에는 수출 급락의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 나타나면서 내수 위축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현재의 수출과 금리 흐름이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내수가 충분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상했다.

수출 회복은 올해 소비를 0.3%포인트, 설비투자를 0.7%포인트 각각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고금리는 올해 소비를 0.4%포인트, 설비투자를 1.4%포인트 각각 하락시키면서 결과적으로 올해 소비는 0.1%포인트, 투자는 0.7%포인트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출과 정책금리만을 분석한 결과로, 내수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은 고려하지 않았다.

올해 수출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내수가 이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연구진은 그러면서 "대규모 내수 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최근의 내수 부진은 고금리의 결과인 만큼, 물가 안정세를 흩뜨릴 경우 금리 완화 시점이 미뤄져 내수 회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이 되려 내수를 꺼뜨리는 불씨로 작용하는 셈이다.

연구진은 "고금리 정책으로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는 현상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안정을 위한 정상적이고 불가피한 통화정책의 결과로 해석될 필요가 있다"며 "향후에도 금리 정책의 내수 및 인플레이션에 대한 파급의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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