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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NW리포트]"이제는 증명해야 할 때"…'임기 2년차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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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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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지숙 기자]2년차를 맞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임 회장은 회장 취임 후 꾸준히 금융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금융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비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사 인수합병(M&A)은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더욱 심화했다.

그나마 내부적으로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 전 내실을 다지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임종룡 체제 이후 성과를 내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으나 실적 부분에서는 실망스럽다는 지적이다.

ELS 영향 적었지만…1분기도 부진한 실적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영향이 75억원으로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농협금융에 비해 극히 적었지만 웃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KB국민은행이 홍콩 ELS 배상액을 반영하며 순위가 4위에서 3위로 한단계 올랐으나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4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지배기업지분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8% 줄어든 82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하고 연체율이 상승하며 대손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의 대손비용은 3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5% 증가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팀장은 우리금융의 실적이 예상을 하회한 이유에 대해 "그룹 대손비용이 3680억원으로 기대만큼 감소하지 않았고 비화폐성 외화환손실 200억원과 민생금융 자율프로그램 지원 115억원 등 비경상 요인이 일부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승건 KB증권 연구원도 "비은행 자회사의 낮은 이익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충당금 부담이 전분기에 이어 그룹 대손충당금전입비율(CCR)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실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부족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금융은 타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증권, 보험 계열사를 갖추지 못했다. 이미 보유한 계열사도 역성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우리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6% 급감했으며 우리금융캐피탈도 15.4% 줄어든 33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계열사 실적이 부진하자 우리금융의 우리은행 의존도는 99.9%까지 치솟았다. 이는 2021년 91.79%, 2022년 92.13% 대비 급격히 상승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도 우리금융의 우리은행 의존도는 95.78%에 달해 하나금융지주(81.5%), 신한금융지주(70.3%), KB금융지주(37.13%)와 비교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약한 포트폴리오 보완할 M&A 절실…증권·보험사 품어야 하지만

우리금융은 현재 증권사와 보험사 인수전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올해 초부터 포스증권 인수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으며 최근에는 롯데손해보험 매각 주관사에 인수 의향서를 제출했다.

임 회장은 임기 초부터 줄곧 비은행 계열사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미래 성장 추진력 강화를 위해 증권·보험 등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조속히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으며 올해 초 그룹 경영전략워크숍에서도 증권업 진출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온라인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해 우리종금과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종금업 라이선스 보유로 합병한 후 10년간 발행어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증권사의 성장 여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두 회사 합병 후에는 MTS 구축과 동시에 리테일 중개 업무를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 회장의 비금융 포트폴리오 구축은 절실하다. 그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종금을 기초로 증권사를 만들어 키운 뒤 향후 적당한 매물이 있으면 추가로 M&A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등의 모습은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알짜 증권사 매물을 찾지 못하고 결국 소형 매물로 눈높이를 낮추며 성과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임종룡 회장이 증권사 M&A를 성공하고 기틀을 다진다고 하더라도 과실은 다른 CEO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매물인 롯데손보의 경우 인수가격이 관건이다. 이성욱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사장(CFO)은 지난 26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보험업종 등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롯데손보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 추진하더라도 과도한 가격은 지불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가격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자본비율 하락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포스증권의 경우 인수를 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금융은 M&A 검토와 중단을 반복하며 시장에서 다들 또 군불만 지피고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성공적인 딜을 하려면 물밑협상이 기본 임에도 우리금융이 오버페이를 거론하며 여러모로 무리수를 던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완전민영화·조직문화 성과 있지만…'해결사' 기대감 시들

금융권에서는 민관을 두루 거치며 '해결사'로 불리는 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CEO로 취임 한 후 높았던 기대감 대비 성과가 극히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정통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주요 요직을 거치며 위기 상황마다 '해결사' 역할을 해왔고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에는 대형 M&A를 성사시키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임 회장 취임 당시 우리금융 안팎에서는 당면한 여러 과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감이 높았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임 회장 체제에서 26년 만에 정부에 품에서 벗어나 완전민영화를 이뤘고 사모펀드 사태로 어수선하던 조직의 내부통제 강화 등 일부 성과도 이뤄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의 임기 3년 동안 우리금융이 타(他)금융지주 순위를 역전하는 등의 성과를 내긴 어렵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홍콩 ELS 등 타금융지주의 악재를 틈타 '우리은행 연간 순이익 1등' 등의 목표를 내걸고 공격적으로 치고 나가려고 한 것 같지만 당장 괄목할 만한 실적 성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임 회장이 취임사, 신년사 등을 통해 내걸었던 목표 달성이 지지부진한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증권사나 보험사등 비금융 M&A 작업이 이뤄진다고 해도 합병후통합(PMI) 작업, 체질규합을 하는데 추가로 1~2년이 소요된다. 금융 포트폴리오 확대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3년 이상의 투자와 체질개선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여기에 비춰보면 2년차 임 회장의 성과를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이 성과를 내기위해 M&A를 서두른다면 우리금융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일고 있다. 시장에서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에서 임 회장이 심리적 압박 가중으로 인한 무리한 치적쌓기에 집중한다면 완전 민영화 첫 해 주춧돌을 잘못 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손보사 인수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이 명쾌하게 보이진 않는다"면서 "과거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에 넘길 때는 정책적인 이슈가 있어 오픈된 시장에서 원활한 협상이 가능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우리금융의 M&A 방식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숙 기자 jisuk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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