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자와 작곡자를 명기하지 않았으나 전국준비위원회에서 마련한 ‘어린이날’이란 제목의 노래가 ‘어린이신문’ 1946년 4월 27일 자에 게재되었다. 하지만 1947년에 다시 어린이날 노래를 공모한 것은 좌우 대립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신문’에 수록된 노래 ‘어린이날’이 광복 이후 최초의 어린이날 노래일까?
자료를 조사하다 나운영의 ‘어린이날 노래’가 이보다 앞선 걸 확인하였다. 이 노래의 원 악보는 나운영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아르코예술기록원에서 만날 수 있다. 나운영이 1946년에 창립한 ‘민족음악문화연구회’에서 발간한 악보집에는 ‘어린이날 노래’와 ‘우리나라’ 두 곡의 악보가 실려 있는데, 노래 책의 마지막 장 하단에 1946년 4월 16일 인쇄, 4월 21일 발행이라는 정보가 적혀 있다. 결국 지금까지의 자료에 따르면 이 노래가 광복 이후 가장 먼저 발표된 어린이날 노래가 되는 셈이다.
‘강아지’와 ‘봄맞이 가자’ 등의 동요로 유명한 김태오가 작사하고 수많은 클래식 창작곡과 찬송가, 동요를 창작한 나운영이 작곡한 ‘어린이날 노래’는 음악적으로는 4분의 2박자에 사장조, 32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그 노랫말은 “금수강산 삼천리 새파란 동산 씩씩하게 자라는 어린 동무야/ 에야데야 기뻐 뛰며 노래 부르자 오늘이 어린이날 우리 명절날/ 만세 만세 우리나라 만세 만세 우리 어린이/ 기운차게 뻗어가는 희망을 안고 발걸음을 맞추어 앞으로 가자”이다. 금수강산, 삼천리, 만세 등의 단어를 사용해 광복의 기쁨과 고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고, ‘기쁘게, 씩씩하게, 행진조로’라는 나타냄말로 밝고 희망적인 걸 강조하였다. 그러면서도 “에야데야”와 같은 민요의 조흥구를 사용한 것이 눈에 띈다.
다시 어린이날이다. 비눗방울 놀이, 풍선껌 불기, 구슬치기 등을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놀던 때가 문득 그리워진다.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꿈꾸며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니겠는가! 최소한 그 어떤 경우에도 어른들의 싸움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장유정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원장·대중음악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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