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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원내대표 이모저모

염치 없는 친윤, 용기 없는 비윤…이게 원내대표 못뽑는 與현주소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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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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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의 후임인 차기 원내대표를 하겠다고 손을 드는 사람이 없다. 후보등록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까지 출마선언자가 전무하자 윤 원내대표는 선거일을 3일에서 9일로 엿새 미뤘다. 구인난도, 선거 연기도 2004년 한나라당이 원내총무를 원내대표로 격상시킨 뒤로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보다 더한 위기에 처했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2016년 12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을 때 새누리당 원내대표 자리를 놓고 ‘친박’ 정우택 의원과 ‘비박’ 나경원 의원이 치열하게 경쟁했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완패한 뒤 열린 원내대표 선거에도 주호영·권영세·김태흠·이명수 의원 등 여러 중진이 도전했다. 익명을 원한 여권의 원로는 “과거엔 위기일수록 당의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인사들이 선두에 섰다”며 “지금은 당이 죽어가는데도 용기없는 자들이 고개만 숙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은 ‘친윤 핵심’ 이철규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면서 시작됐다. 대통령실과 접점이 있는 그가 총선 직후부터 초선 당선인을 중심으로 표를 모은다는 관측에 ‘어이원’(어차피 이철규가 원내대표) 분위기가 당을 휘감았다. 일부에서 후보로 거론됐던 김도읍(4선)·김성원(3선) 의원은 차례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대세론은 반작용을 낳았다.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천관리위원을 지낸 이 의원이 원내사령탑에 오르는 것에 “패장이 설치는 건 정치도의도, 예의도 아니다”(홍준표 대구시장), “지금은 반성과 성찰, 염치와 책임이 필요한 시점”(배현진 의원)이라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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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는 정우택(왼쪽 둘째) 의원과 나경원(왼쪽 셋째) 의원이 경쟁해 정 의원이 당선됐다. 정 의원의 러닝메이트였던 이현재 정책위의장 후보(왼쪽 첫째)와 나 의원 러닝메이트였던 김세연 정책위의장 후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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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라면 만약 이 의원이 단독 입후보하더라도 찬성표가 반수를 못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런 비토(Veto·거부)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당 지도부가 지난달 30일 결국 선거를 연기했지만 당사자인 이 의원은 1일에도 가타부타 공개 입장 표명 없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그는 페이스북에 “저는 지금까지 원내대표 선거와 관련해 어떠한 결정을 하거나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만 밝혔다.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중진들의 태도 역시 무책임하다. 출마설 돌던 이종배(4선)·송석준·성일종(이하 3선) 의원 등은 이날까지 출마선언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익명을 원한 비윤계 주자는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장 출마선언을 하기보다는 분위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적 우위에 있는 이 의원의 출마 여부가 정해지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당에서는 “총선 직후 비윤계 중심으로 혁신과 환골탈태 등을 앞장서서 외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표 계산에만 골몰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그동안 지켜보던 경제부총리 출신 추경호(3선) 의원이 “하루 이틀 고민 뒤 출마 여부를 최종 결심하겠다”고 밝힌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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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국회 본청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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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원내대표는 임무가 막중하다. 192석 범(汎)야권의 입법독주를 막아야 할 역할을 맡아야 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등의 5월 처리를 공언하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입법저지선(150석)은 물론, 패스트트랙 저지선(121석)에도 못 미치는 108석 국민의힘이지만 시시비비를 따지고 입법부 내 일방 폭주는 막아야한다. “극한 직업” “잘해도 본전” “독배”라고 해도 누군가는 짊어져야 할 일이다.

새 원내대표 앞엔 당정관계 재확립이라는 숙제도 놓여있다. 국민의힘 전직 원내대표는 “대통령실에 민심을 그대로 전달해달라는 게 낙선자들의 요구인데, 아무도 그 역할에 자신이 없는 게 구인난의 한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염치가 없는 친윤, 용기가 없는 비윤 모두가 문제다.

김효성·김기정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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