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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제발 살려주세요” 60대 스님의 절규…‘개그맨 매니저’ 투자 리딩방 사기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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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인 사칭 리딩방 사기 속출
투자 리딩방 피해액 1200억원 추정
개그맨 매니저 ‘한우희’ 피해 늘자
경찰 본격 수사 착수


매일경제

주식 투자로 성공한 개그맨의 매너저라고 소개한 한우희(가칭)가 피해자 B씨 톡으로 보낸 가자 출입증과 사업자등록증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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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연예인과 전직 장관 등의 이름을 도용한 투자 사기가 횡행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개그맨 A씨의 매니저로 알려진 ‘한우희(가명)’를 포함한 일당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 사건이 잇따르자 또 다른 피해자인 유명인들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1일 경찰청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을 포함한 ‘투자 리딩방’ 불법행위 피해 건수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1000건이 넘었다. 피해액은 1200억원을 웃돌았다.

지난 3월부터 A씨와 그 일당과 관련, 서울·인천·부산 등 전국 경찰서에는 고소장 40여 건이 잇따라 접수됐다.

A씨의 공범으로 추정되는 대표 2명은 전직 장관 출신이 운영하는 사모투자 전문회사와 유사한 이름으로 불법 투자중개업체를 운영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대표 2명 중 한 명은 해당 부처 장관 출신과 실제로 같은 이름을 사용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단체 대화방에서 매니저 등 바람잡이의 말에 속아 투자했다가 수억 원씩을 사기당했다.

피해자 중에는 경기도에서 사찰을 운영하는 60대 승려 B씨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2월 말 휴대전화로 유명 개그맨 A씨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했다. A씨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들은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인터넷 게시물 여러 개를 옮겨 다닌 끝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연결됐고, 대화방에 입장하자 한 여성이 A씨의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한우희’였다.

그는 B씨 포함해 50여 명인 대화방 참여자들에게 “개그맨 B씨가 3000억원을 갖고 있다”면서 “회원님들이 투자하면 B씨 돈과 합쳐 비상장 주식을 한 주당 15만원에 살 수 있다. 1주일 뒤 상장시키면 주당 가격이 25만원을 넘는다”고 솔깃한 제안을 했다.

B씨는 매일 오후 7시 30분 A씨가 직접 하는 주식 강연을 모두 챙겨봤고, 고민 끝에 지난 2월 5일 매니저가 따로 알려준 가상계좌로 3000만원을 보냈다.

사흘 뒤 2000만원을 추가로 송금했고, 그의 주식 투자는 같은 달 말까지 이어졌다. 한 달 사이 투자금은 지인에게 빌린 2억3000만원을 포함해 3억원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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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희(가칭)가 B씨에게 주식 크게 올라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29억8000만원이 됐다고 알리는 거짓 톡 내용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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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매니저는 B씨 주식이 크게 올라 원금과 수익금을 합쳐 29억8000만원이 됐다고 알렸다. 그러다 지난달 B씨가 “원금과 수익금을 배당해 달라”고 하자 매니저는 “29억 원을 찾으려면 10%인 2억9000만원을 계좌로 먼저 보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뭔가 석연치 않았던 B씨는 지인들에게 주식 투자 사실을 알렸고 그제서야 유명인 사칭 투자 사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놀란 B씨는 뒤늦게 경찰서를 찾았다.

B씨는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투자했고 수익이 나면 사찰 보수 공사도 하고 절 행사 때도 쓰려고 했다”며 “사기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우희라는 매니저 이름도 가짜고 그가 보내준 사원증과 사업자등록증도 모두 위조한 것 같다. ‘제발 좀 살려달라’고 부탁도 했다”며 울먹였다.

한편, 경찰청은 전국에서 피해자가 늘자 최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하고 ‘한우희’ 일당 사건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인천경찰청이 전국에서 취합한 고소장은 토대로 현재까지 파악한 피해 금액은 15억원대다. 경찰은 고소장이 추가로 계속 들어올 것으로 보고 용의자들을 추적하는 등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많아 고소장이 언제까지 계속 들어올지, 피해 금액이 최종 얼마일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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