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킹달러 시대 언제까지···일시적 vs 뉴노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잦아진 고환율…금융위기까지는 NO
고물가 지속…하반기까지 달러 강세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장중 2000원대까지 치솟았다. 당시 기름값, 원자재 등 수입 물가가 급등했고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했다. 이처럼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나라 경제를 휘청이게 하는 대외 핵심 변수다. 과거 환율 변동 사례, 달러 강세 시절 특징, 킹달러 장기화 전망 등을 짚어본다.

킹달러 언제부터?

IMF·글로벌 금융위기 ‘극심’

킹달러가 극심했던 시기는 IMF 외환위기 때였다. 당시 미국에서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신흥국의 자본 이탈과 외환보유고 부족 등이 겹치며 사실상 ‘국가 부도’ 사태로 악화됐다. 이후 10년이 지난 무렵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또 한 번 원달러 환율은 요동쳤다. 미국 부동산 시장 붕괴,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부동산 파생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전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준 결과물이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600원 선까지 치솟았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은 “국가 디폴트 리스크까지 언급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 일본 등 주요국 간 통화스와프를 성사시키는 등 빠른 대응으로 추가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2년 10~11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한때 1444원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그 여파가 누적된 시기였다. 설상가상 미국 금리 인상 불확실성과 고금리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불안, 신흥국 자본 이탈, 한국 무역수지·경상수지 적자 지속 등이 원화 약세를 더욱 심화시켰다. 최근 다시 달러당 원홧값이 1400원대를 넘어가며 고환율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될 수 있다”고 시사했다. (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주기 왜 잦아지나

2022년 이후 2년 만에 1400원 돌파

과거 고환율 문제는 데이터만 놓고 보면 선진국발(發) 부정적 원인이 많았다. 특히 미국 시장이 흔들렸던 때가 다수였다. 최근 ‘킹달러’ 양상은 다소 다르다. 미국의 ‘나 홀로 호황’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 그래서 미국과 다른 국가 간 성장 차이가 커진 결과물이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AI 기업 진화에 힘입은 생산성 확대, 기술 혁명, 미국 플랫폼 기업의 세계 시장 주도 등으로 미국 경기가 계속 좋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명목금리(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은 표면금리)가 5.25~5.5% 수준으로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며 “명목 GDP 성장률 기준으로 지난해 미국은 6.3%로 중국(4.6%)을 앞지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 시기 유럽, 일본, 영국 등 상대국 경제는 인구 고령화, 영국의 EU 탈퇴 등의 여파로 생산성 둔화가 뚜렷해졌다. 여기에 더해 중국의 미국과의 갈등 심화로 인한 경제 위축, 새로운 경제·통화 등장의 부재 등으로 미국 경제 독주 시대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뿐인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스라엘-이란 전쟁 가능성 등 외부 요인까지 겹치며 ‘그래도 믿을 만한 건 달러’라는 인식이 강화됐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영업부 수석차장은 “동반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고금리 장기화(Higher for Longer) 조짐이 나타나면서 당혹스럽게 됐다”며 “이런 상황이면 달러 보유가 더 유리하다는 해외 자본이 많아질 수 있고, 이런 기조 아래 ‘킹달러’ 시대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하나 이전과 다른 양상이 있다. 유독 원화 가치가 타 통화 대비 더 크게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화 가치 낙폭은 연준이 달러지수 산출 시 활용하는 26개 교역국 중 7번째(4월 23일 기준)로 크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 구조가 무역 의존도가 높다 보니 원자재 가격, 국제 금융 시장 움직임에 취약하다”며 “달러 강세에 주변국인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와중에 원화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킹달러 지속 = 경제위기?

한계기업 구조조정 선에서 그칠 듯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되는, 이른바 ‘킹달러 뉴노멀’ 시대가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그렇게까지는 안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오건영 팀장은 “과거 외환위기를 거치며 신흥국은 상당한 외환보유고를 쌓았고, 미국의 차별적 성장에 기반해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며 “단기 외채 부담이 줄어들어, 단기적으로 금융 시스템 디폴트 리스크로 번져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대내적으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 경기, 경상수지가 개선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이다. 최근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도 일시적이라 금리 인상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한국 경제도 동반 호황을 누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정희 차장은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금융 시장의 과도한 쏠림 등은 자금 상황이 취약한 차주(기업, 가계, 국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재현보다 취약 차주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는 이도 있다. 고금리 장기화와 인플레이션 고착화가 동시에 벌어지면 서민 경제부터 붕괴돼 기업 투자 활력도 떨어질 수 있다. 홍춘욱 대표는 “대외 여건상 내수 성장이 제한될 수 있는 만큼, 추경 등을 통한 경기 진작 등 정부 개입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매경이코노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킹달러 언제까지?

올해 하반기까지 유효

‘킹달러 기조’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

이영화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6월 ECB(유럽중앙은행)를 시작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미국에 앞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준과 주요국의 통화 정책 차별화로 현재의 강달러 현상은 이어질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결국 변수는 국제유가와 미국 물가 안정이다. 연준 입장에서는 주요 물가, 실업률 등의 수치가 목표치에 가까워져야 다시 연초처럼 금리 인하를 시사할 수 있다. 그런데 당장은 이런 기조를 바꿀 명분이 많지 않다. 문정희 차장은 “보수적으로 미국 금리 인하가 올해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시작된다고 해도, 유로 지역과 중국 경제 회복이 지연돼 하반기에도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오건영 팀장은 “향후 미국 성장이 둔화된다 해서 달러 강세가 약세로 곧바로 전환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며 “미중 무역 갈등으로 한국 입장에서는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는(대중 수출 의존도 약화) 상황인데,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국내 무역 흑자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리하면 미국 상황이 달라진다 해도 과거 수준(1달러당 1000~1100원)의 낮은 환율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7호 (2024.05.01~2024.05.07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