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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국토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선구제 후회수’ 시행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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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30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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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경매 배당이나 주택 매수·매각 등을 통해 회수하도록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30일 여의도 케이에프아이(KF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역할 토론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현행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재원 조달, 행정적 준비, 피해자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가격의 공정성 논란 등으로 현실적으로 시행이 불가능하다”면서 “청약통장과 국민주택채권 발행을 통해 조성하고 국민에게 돌려줘야 하는 돈인 주택도시기금을 회수 불가능한 채권매입에 사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숙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채권매입에 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정부가 추산했다고 알려진 것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5조원은 피해자들의 평균 보증금이 1억4천만원이고 내년까지 총 피해자 수를 3만6천명으로 가정해 나온 보증금 총액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보증금 총액이 5조원이고 이 중 채권 가치를 평가해 지급하는 돈은 3조~4조원 정도로 추정했는데, 이 숫자는 가치 평가를 어떻게 하는지에 달라지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임차보증금 반환채권 매입에 수조원대 재원이 소요된다는 정부 예상과 달리 5850억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들은 피해자 수 3만명 가운데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닌 이들을 50%로 가정해 이런 수치를 제시했다. 그러나 특별법 개정안은 임차인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가격 하한선으로 최우선 변제금 기준을 규정했을 뿐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신청이 있으면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반환채권을 매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시민사회대책위가 주장한 5850억원은 실제 소요 재원액의 일부라는 게 국토부의 지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채권매입기관이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에 대해 공정한 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지 않으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택선 주택도시보증공사 준법지원처장은 “임차보증금 반환채권의 공정한 가치 평가를 위해선 예상 낙찰가율, 선순위 채권금액 산정 등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면서 “어떤 기준으로 예상 낙찰가율을 산정할지, 권리관계 파악이 100% 안 된 주택의 선순위 채권 금액은 어떻게 산정할지 등 난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오늘 토론회는 특정 법안에 대한 찬반 논의가 아닌,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라며 “대안이 적절한지, 시행 가능한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매입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혼란만 야기할 우려가 있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도 어려워 채권 매입 기준 및 절차 등 핵심 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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