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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퇴임 美 인·태 사령관 “中, 서서히 끓는 물에 개구리 삶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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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前 공군 중장은 “中 전투기, 5분 내 총통부 닿는 거리까지 침범...지휘부 참수 가능” 경고

27일 블링컨 美 국무 訪中 마치자, 곧 中 전투기 12기 타이완 해협 ‘중간선’ 넘어

이번 주 퇴임하는 미 인도ㆍ태평양사령부 사령관 존 “렁” 아퀼리노 해군 제독은 “중국은 이 지역에서 위험한 군사 작전을 증대시켜 가는 ‘개구리 삶기(boiling frog)’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퀼리노 사령관은 주한ㆍ주일 미군을 포함해 인도ㆍ태평양 지역에 주둔하는 38만 명의 미군과 군사작전을 총괄하며, 그의 후임은 새무얼 파파로 제독이다. 두 사람은 모두 해군의 ‘탑건’ 조종사 출신이며, 미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관을 역임했다. 미국은 1947년 이래 하와이에 본부를 둔 인도ㆍ태평양 사령부와 전신(前身)인 태평양 사령부에 해군 4성 장군을 임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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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연설하는 존 아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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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퀼리노 사령관이 말한 ‘개구리 삶기’ 전략은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튀어나오지만, 서서히 수온을 높이면 위험이 계속 저평가돼 결국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중국은 ‘힘이 곧 정의’라는 전략을 취해, 점점 더 공격적이고 대담하고 위험스러운 행동을 취하고 있다”며 “중국의 이런 나쁜 행동에 대해, 국제법규 차원 밖에서도 지역 내 모든 국가들에게 계속 얘기가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타이완 해협의 중간을 가르는 일종의 군사분계선인 ‘중간선’은 2020년 8월 이전에는 중국인민해방군(PLA)의 전투기들이 넘은 경우가 중국 건국 이래 딱 2번이었다. 중간선은 1955년 미국과 타이완 정부가 설정한 것이다.

그러나 2년 뒤인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한 이후 수 개월 간 무려 302차례나 중국 항공기ㆍ미사일이 침범했고, 지금도 하루에 수 차례 ‘일상적으로’ 침범하는 선이 됐다.

지난 27일에도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왕이 외교부장 등을 만나고 떠난 지 수 시간 만에, PLA의 공군ㆍ해군 전투기 22기가 타이완 해협을 위협했고, 이중 12기는 중간선을 넘었다.

블링컨은 이번 방중에서 시진핑에게 러시아에 대한 핵심 군수 부품과 원자재 제공을 중단하라며, 불응 시에는 새로운 경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미 의회는 또 최근 “공산주의자 중국을 막는” 목적으로 81억 달러에 달하는 인도ㆍ태평양 지역 군사원조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중국은 블링컨의 뒤에 대고, 이에 대한 불쾌감을 군사적 도발로 드러낸 것이다.

아퀼리노 제독은 자신의 재임 중에 있었던 펠로시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때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PLA에 ‘펠로시 탑승 항공기를 격추하라’는 요구가 많았다며, “중국 전투기의 중간선 침범은 범위와 규모에 계속 증가하며, (미국 입장에 대한) 중국의 잘못된 해석은 실제로 파국을 초래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이 지역에서 취하는 강압적인 행동의 “최고의 예”로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에 있는 세컨드 토머스 암초(shoal)에 대한 위협을 들었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는 중국이 이 암초에 대해 어떠한 역사적ㆍ주권적 권리도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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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이 남중국해의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 좌초시키고 해병대원들을 주둔시키고 있는 폐전함 '시에라 마드레'/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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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필리핀이 이 암초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려고 1997년 이곳에 일부러 좌초시킨 미국의 폐(廢)전함 ‘시에라 마드레’에 주둔 중인 해병대원들에게 보금품을 전달하려는 선박들에 물대포를 쏘고 차단하고 있다.

한편, 장옌팅(張延廷) 타이완 예비역 공군 중장은 지난 24일, 타이완 섬 북쪽에서 포착된 중국군 전투기들이 타이베이 한복판에 있는 총통부까지 도달하는 데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타이완 군부가 어떠한 경고 시간도 없이 참수(斬首)될 수 있다. 중국 전투기는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장옌팅의 발언은 이날 타이완 국방부가 4월 21일 발생한, 인민해방군 공군ㆍ해군 전투기들의 타이완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 지도를 공개한 데 따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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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1일 중국 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은 중간선을 넘어, 타이베이의 총통부 건물을 5분만에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이 지도에 따르면, 타이완 섬의 북쪽 끝부분인 지룽(基隆) 시로부터 고작 76km 떨어진 곳에서 중국 전투기들이 포착됐다. 타이베이는 지룽 바로 옆에 위치한다. 실제로 타이완 언론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타이완 지도부에 대한 ‘참수 전략’이 종종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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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타이베이의 총통부와 주변을 모방해 만든 내몽골의 모형 시가지 위성사진(위)와 실제 모습./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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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는 중국이 내몽골에 지은 타이베이 총통부 건물과 주변 시가지를 실물 크기로 만든 모형이 소셜미디어 X에 공개됐다. 이는 PLA가 지상 전투와 폭격 용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장옌팅의 ‘지휘부 참수 가능성’ 발언에 대해, 타이완 츄궈청(邱國正) 국방장관은 “인민해방군 전투기를 포착한 것 자체가 바로 그런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것으로, 3~5분 비행으로 총통부에 닿는다는 것은 우리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을 때 얘기”라고 반박했다. 4월21일 중국군 전투기는 모두 21기가 타이완 섬 북쪽과 남서쪽에서 접근했고, 이 중 14기는 중간선을 넘었다.

[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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