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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동네는 내가 지킬‘개’…반려견 순찰대 “귀여움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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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고 있는 포메라니안 ‘호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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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런 거 혼자 보는 매정한 사람 아닙니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은 2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소형견 포메라니안 ‘호두’ 사진을 올렸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늠름하게 서 있는 호두는 ‘반려견 순찰대’라고 적힌 야광조끼를 입고 있다.



반려견 순찰대는 보호자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동네를 살피며 가로등, 도로와 같은 시설물 파손이나 주취자 신고 등 방범 활동을 벌이는 시민참여형 지역봉사 활동이다. 2022년 서울 강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시범 운영한 뒤 큰 호응을 얻었고 현재 서울 25개 자치구와 경기 안산·과천시, 대전 대덕구, 부산 9개 자치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만 호두를 포함해 2435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별도의 활동비는 지급되지 않지만 순찰용품과 순찰대 활동 인증서, 우수 활동팀 표창, 협력 동물병원 의료 재능기부 혜택 등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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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고 있는 포메라니안 ‘호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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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의 보호자 엄호상씨는 30일 한겨레에 “호두는 올해 3살이 된 암컷 포메라니안”이라며 “동네를 산책하다가 반려견 순찰대원인 강아지를 봤는데, (순찰하는 모습이) 귀여워 우리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에도 안전 신문고 앱으로 불법 주정차 등 안전 관련 신고를 하곤 했는데, (이런 일들을) 가족인 호두와 함께 한다면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순찰대의 역할이 치한을 퇴치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호두와 같은 소형견들도 일련의 심사를 통과해 순찰대로 활동할 수 있다. 심사는 2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는 서류 심사로 지원 동기와 반려견 등록 여부 등을 살피고 2단계에서는 반려견 행동 전문 훈련사가 주인과 잘 소통할 수 있는지, 주인 이외의 사람이나 다른 개들과 관계를 잘 맺는지 등을 평가한다. ‘반려견 순찰대’ 공식 누리집에 올라온 채점표를 보면, 보호자의 ‘기다려’ 신호를 따르지 못하면 3점이 감점되고 다른 개가 옆으로 지나갈 때 다가가려고 해도 3점이 깎이는 식이다. 낯선 사람이 다가올 때 꼬리를 내리고 보호자 뒤로 숨으면 15점이 깎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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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하고 있는 포메라니안 ‘호두’.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엑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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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에 참여한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순찰대에 지원한 보호자와 반려견 가운데 25%는 탈락한다”며 “‘재수’, ‘삼수’ 끝에 올해 합격한 강아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몸집이 크다고 (심사에) 더 유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호두’처럼 체구가 작은 강아지도 많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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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려견이 ‘2023 서울 반려견 순찰대’에 지원해 2차 심사를 받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반려견은 보호자와 3m 떨어지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침착하게 ‘기다려’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서울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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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순찰대’에 올라온 채점표. ‘반려견 순찰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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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의 ‘선배’ 순찰대원들은 이미 ‘동네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반려견 순찰대’는 총 4만8431회 순찰을 통해 112 신고 331건을 했고, 시설물 파손 등 생활 위험 요소 신고도 2263건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금천구에서 순찰대원으로 활동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오이지’는 동네 공원을 순찰하던 중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중학생이 또래로부터 괴롭힘당하는 장면을 발견·신고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오이지는 지난해 12월에도 전기장판을 이불 삼아 길거리에 누워있던 노인을 발견·신고하기도 했다. 저체온증에 걸릴 수도 있는 위험에서 구해낸 것이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동구 순찰대원 ‘쿠로’는 야간 순찰 도중 다리를 다쳐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발달장애인을 발견해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서울 성동구에서 활동하는 골든 리트리버 ‘초이’와 ‘제니’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을 비틀비틀 지나가던 음주운전 차량을 발견·신고해 음주운전자 검거에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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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7일(현지시각) 중국 최초로 웰시코기 품종 경찰견이 된 생후 6개월 ‘푸자이’. 웨이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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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외에서도 소형견이 치안 활동을 맡아 화제가 됐다. 지난달 27일 생후 6개월 ‘푸자이’는 중국 최초의 웰시코기 품종 경찰견으로 데뷔했다. 푸자이의 짧은 다리와 작은 몸집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중국 경찰견 기지 책임자는 “웰시코기들은 짧은 다리를 이용해 차 밑을 수색할 수 있고, 방안 좁은 곳에도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고 중국 관영 영자 신문 차이나 데일리가 전했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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