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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공무원 10명 중 3명 이직 고민…"공직생활 보람" 절반도 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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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무원 총조사’ 결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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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인사혁신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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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체 공무원의 평균 나이는 42.2세이고 평균 재직 연수는 14.2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3명 중 1명은 낮은 급여 탓에 이직을 고민하고, 공직생활에 보람을 느낀다는 공무원은 절반도 안 됐다.

인사처. 공무원 총조사

인사혁신처는 5년마다 실시하는 ‘2023년 공무원총조사’ 결과를 30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공무원 수는 122만1746명으로, 이 중 헌법기관ㆍ휴직자를 제외한 95만610명(85.2%)이 설문에 참여했다.

공무원 평균 연령은 만 42.2세로 5년 전 43.0세보다 0.8세 젊어졌다. 1946~1965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 퇴직과 신규 임용 인원이 늘어난 영향이다. 연령대는 40대가 30.5%로 가장 높았으며 30대 28.7%, 50대 이상 28.4%, 20대 이하 12.4% 순이다. 평균 재직 연수는 14.2년으로 2018년과 비교해 2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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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기 용인시 처인구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제77기 경기도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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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생활에 보람을 느끼는 공무원의 비율은 41.5%이며,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비율은 21.3%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공직생활에 가장 보람을 느끼는 직종은 소방공무원(64.3%)이었다. 이들은 6.4%만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9급→5급 승진까지 23.6년 걸려

국가직 5급 사무관 중 9급으로 신규 임용돼 5급까지 승진한 이들을 분석해 보니, 평균 승진 소요 연수는 23.6년으로 2018년보다 0.8년 단축됐다. 혼인과 부양가족을 보면, 공무원 66.3%는 기혼자이고 부양가족이 있는 공무원은 1인당 평균 2.9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를 둔 공무원의 평균 자녀 수는 1.81명으로 5년 전보다 0.07명 줄었다.

공무원 가운데 절반(48.2%)가량은 봉급ㆍ수당 등 보상이 적절치 못하다고 봤다. 적정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9%에 그쳤다. 특히 20~30대 공무원은 보상이 적절치 못하다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이직을 고민하는 비율도 20~30대가 많았다. 20~30대 공무원의 이직 고민 비율은 43%로, 전체 평균(34.3%)보다 높았다. 이직을 고민하는 이유로 ‘낮은 급여’를 가장 많이 꼽았고(51.2%), 과도한 업무량(9.8%), 경직된 조직문화(8.7%)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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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인사혁신처 차장이 대전 중구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찾아가는 정부 인사 정책토론회 '청년공감'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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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젊은 공무원의 이탈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해 근속연수 5년 미만인 퇴직 공무원은 1만 3566명으로, 2019년(6500명)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유입도 주는 추세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경쟁률이 21.8대 1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 23일 치러진 시험에 응시자 4명 중 1명(24.2%)이 시험장에 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치구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30대 공무원 A씨는 "민원인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휴직하고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며 "월급도 많지 않은데 동일한 동일한 민원을 300여 차례 제기하는 민원인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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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 근무도 많았다.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은 22.7%였고, 10명 중 3명꼴인 31.2%는 하루 2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비율은 늘었다. 초등학교 1~2학년 이하 자녀를 둔 공무원(18만6399명) 중 육아 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비율은 51.6%로 집계됐다. 5년 전보다는 6.1%p 증가한 수준이다. 남성의 육아 휴직 사용 비율은 13.9%에서 32.8%로 2.4배 증가했으나 여성은 10%p 감소했다. 특히 여성 교육공무원은 87.1%에서 61.4%로 25.7%p가량 급감했다.

인사혁신처는 "2018년 7월 시행된 육아시간 제도로 2시간 일찍 퇴근이 가능해지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로 육아 휴직 필요성이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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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오른쪽)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무원 업무집중 여건 조성방안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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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이탈하거나 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이 늘면 장기적으로 정책 품질 저하와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직 관련 교육·노동 등 필요한 분야에서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적 혼란과 비용을 치르고 국가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은 “공무원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뿐 아니라 인재 양성·선발 시스템을 만들어 각 분야에서 공무를 수행하고 싶은 인재를 뽑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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