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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엔화 약세에…‘황금연휴’에 해외 대신 국내 여행 선택한 일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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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이 160엔대를 넘어서면서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한때 해외 여행에 대거 나섰던 일본인 상당수가 국내 여행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화 약세에 더해 항공 요금은 올랐지만, 임금은 그보다 더디게 증가한 탓에 해외 여행을 떠나는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도 적다. 이에 4월 27일부터 5월 6일까지 이어지는 일본 최대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해외 여행 대신 국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느는 추세다.

조선비즈

29일(현지 시각) 한 여성이 도쿄 긴자 쇼핑가의 주요 교차로에서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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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일본정부관광국(JNTO)을 인용해 3월 해외여행객은 122만 명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6.9% 줄었다고 전했다. 일본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여권을 보유한 인구는 전체 인구의 17%인 2150만 명에 불과하다. 반면 한국, 대만, 중국의 주도 아래 3월에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31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아사히신문은 “엔화 약세로 많은 사람들이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없게 되면서 고향을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며 “기차역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도카이도선과 산요신칸센 열차는 거의 만석”이라고 했다.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일본 최대 황금연휴다. 4월 29일인 쇼와의 날로 시작해, 헌법기념일(5월 3일), 녹색의 날(5월 4일), 어린이날(5월 5일)까지 중간에 낀 3일만 쉬면 연휴를 즐길 수 있다. 여기다 올해는 쇼와의 날이 월요일이라 실질적으로는 토요일인 4월 27일부터 어린이날 대체 휴일인 5월 6일까지 최대 10일을 쉴 수 있다.

일본인은 올해 황금연휴를 맞아 해외 대신 남쪽의 고치, 도쿄 인근의 이타미, 오키나와, 홋카이도 등을 찾는 중이다. 이에 일본항공(JAL), ANA홀딩스 등 국내선 운영 항공사들이 좌석의 상당 부분을 국내선에 배치했다. 이처럼 일본인의 해외여행이 줄면서 일본 여행업계는 비상이다. 이들은 정부가 해외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여권 발급 수수료를 낮출 것을 촉구했고, 항공사는 그 비용을 보조하기도 했다.

토모요 시모야(39)는 4월 초, 도쿄에서 생일을 축하했다. 해외여행보다 가격이 저렴한 것이 이유였다. 도쿄에 있는 하토야 호텔에서 아침과 저녁 식사를 포함한 하룻밤 숙박비는 1인당 약 1만5000엔(98달러·13만1700원). 이와 비교해 하와이 호텔의 1박 평균 비용은 375달러(약 51만6000원)에 달한다. 그는 “다시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인이 국내 여행에 눈을 돌리면서 일본 관광객의 국내 지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2023년에는 21조9000억 엔으로 잠정 집계됐다. 하지만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310만 명 수준으로 급격하게 증가한 여파로 일본 호텔 가격은 30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코스타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일일 객식 요금은 약 2만986엔(약 18만원) 2으로 1997년 8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20% 올랐다.

한편,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금리가 미국 및 다른 국가의 금리보다 훨씬 낮아 엔화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19일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종료했지만, 지난 26일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 약세를 더욱 부추겼다. 현재 일본 금리는 연 0~0.1%로 미국 금리(5.25~5.5%)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정미하 기자(viv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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