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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불붙는 OTT 시장

[이지 사이언스] 넷플릭스 '삼체'로 엿본 우주와 외계인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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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태양'이 끌고 당기는 삼체…궤도 복잡해 '카오스' 초래할수도

현대 천문학의 관심사 '외계 존재'…'변화무쌍' 삼체에는 가능성 '희박'

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속 장면
[더시그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현수 기자 = "회신하면 우리가 너희 세계를 점령할 것이다"

중국 문화대혁명의 소용돌이 속, 과학적 재능을 이유로 비밀 연구소에 끌려간 칭화대 학생 예원제(자인 쳉 분)는 교신 통신망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부터 이 같은 메시지를 받는다.

칭화대 물리학과 교수였던 아버지가 반혁명적인 과학 이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영문본을 읽어 당국의 조사를 받은 예원제. 인간의 비이성적 모습을 목격한 그는 '우리 문명은 자구력을 잃었다'고 통신망에 입력한다.

넷플릭스 인기작 '삼체'(원제 3 Body Problem)는 이른바 '3개의 태양'이 서로 끌어당길 경우, 궤도를 예측할 수 없다는 천체 물리학계의 난제 '삼체 문제'를 모티프로 한다. 극 중 예원제에게 전파를 보낸 존재는 이 같은 삼체 세계의 존재로 묘사된다.

지구의 낮과 밤이 일정한 주기로 바뀌고, 계절이 변하는 이유는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가 타원 궤도를 그리며 일정하게 공전하기 때문이다.

태양계에는 수성·금성·지구 등 8개의 행성이 있지만, 태양의 질량이 워낙 커 다른 행성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작다.

이는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하는데, 이 같은 두 개 물체의 상호 작용을 '이체 문제'(2 Body Problem)라고 한다.

반면, 삼체 문제는 비슷한 질량을 가진 세 개의 물체가 서로 끌어당겨 궤도 운동이 매우 복잡해지는 특성이 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는 "지구 궤도는 태양의 인력에 의해서만 결정되는데, (삼체는) 말하자면 태양이 3개인 것"이라며 "이에 따라 궤도가 불안정해져 무거운 별이 가까이 올 경우, 행성이 또 다른 별로 옮겨가는 복잡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양-지구'와 같이 질량이 큰 하나의 별을 중심으로 행성이 궤도를 그리는 형태보다, 삼체 등 다수의 별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관계가 우주에는 훨씬 많다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불규칙한 궤도 운동은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 이론'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홍성욱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다른 행성을 잡아당기는 태양과 같은 별이 2개 이상일 경우 궤도 계산이 매우 어려워지고, 작은 변화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카오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체 문제 등 기존 과학의 경계를 벗어난 현상은 인간이 공상과학(SF) 창작물에서 설명할 수 없는 세계와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상상하는 원동력이 됐다.

연합뉴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 속 과학자 예원제
[더시그니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려는 시도는 현대 천문학의 주요 관심사였다.

1960년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의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시도한 외계 문명 탐사 작업 '오즈마' 프로젝트는 전파 망원경으로 우주 인공 전파의 수신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우주 전파 신호를 분석해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세티(SETI) 프로젝트'를 촉발하기도 했다. 세티 프로젝트는 1963년 푸에르토리코에 건립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을 통해 인간의 형체·DNA 정보 등을 담은 '아레시보 전파 메시지'를 우주로 발신했으나, 2020년 아레시보 망원경이 해체되며 역시 막을 내렸다.

스티븐 호킹 등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시도에 대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그들이 인류에게 우호적인지 알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삼체에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 지구 침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과학자들은 삼체가 불확실한 궤도로 인해 생명체가 발달하기 어려운 점 등을 꼽으며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희원 세종대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지구에만 생명체가 있다기보다는, 보편성에 대한 믿음에 따라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열려있는 것 같다"며 "(삼체처럼) 여러 개의 천체가 서로 불규칙하게 끌어당길 경우 생태계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욱 선임 연구원 또한 삼체에 생명체나 계절이 존재할지라도, 변화무쌍한 궤도로 인해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에 생명체가 적응할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hyuns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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