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8 (수)

[책의 향기]매일 바쁜데… 왜 늘 제자리인 걸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실속 없는 업무로 근무 시간 때워

효율성 높아져도 생산성 제자리

불필요한 노동 걸러내는 법 조언

◇진짜 노동/데니스 뇌르마르크 지음·손화수 옮김/468쪽·2만2000원·자음과모음

동아일보

“요즘 일은 좀 어때?”

사람 여럿이 모이면 흔히 나오는 질문이다. “여전히 바쁘다”는 대답 역시 단골이다. 그런데 스스로 정직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 업무시간 중 정확히 무엇을 하느라 바빴는지 말이다. 혹시 바쁨이 그저 지속적인 상태라면 ‘가짜 노동’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저자는 전작 ‘가짜 노동’을 통해 오늘날의 과잉 노동을 비판한 덴마크 출신 사회인류학자다. 가짜 노동이란 ‘업무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실속이나 의미가 없는 행위’를 말한다. 자동화, 스마트폰 등 각종 기술이 보급되면서 업무의 효율성은 꾸준히 높아졌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노동시간은 더 이상 줄지 않았다.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근무시간에 따라 대가를 받는 구조의 맹점을 지적한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게 됐지만, 업무의 가치를 측정할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만족감을 주는 업무를 하면서 시간을 채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예로 번듯하게 들리지만 핵심은 없는 ‘헛소리’ 소통 방식을 든다. 현실적으로 가치 없는 일을 ‘잠재적 발전 가능성이 있는 도구’로 포장하는 식이다.

공자 왈 맹자 왈 식으로 논하는 책은 아니다. 조직이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예컨대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조직이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애자일(agile)’ 경영 방식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애자일이 실제 도입됐을 때 직원들이 업무에 적응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과 불필요한 노동을 투입해야 하는지 등을 단계적으로 짚어 봐야 한다는 것.

경영자는 물론이고 말단 직원에게도 유용하다. 구인 광고에서 ‘가짜 노동’을 걸러내는 팁부터 조언한다. ‘당신은 새로운 계획의 개발에 참여한다’는 통상적인 설명 문구에 대해 저자는 “그 계획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돼 있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당신의 업무는 무언가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