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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이슈 국방과 무기

이란 공습 막아낸 그 미사일, 우리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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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이란 탄도미사일 요격으로 실전 능력 검증

北 미사일 고점 찍고 하강 시작하자마자 요격 가능

M-SAM·패트리엇·L-SAM·사드 더해 다층 방어망 ‘촘촘’ 형성

北 코앞 대치…“한반도 전장 환경과 전혀 안맞는 무기” 지적도

방사청 “北 핵무기, 높은 고도서 요격해야 유리”

동아일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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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고도 100km 이상 상층에서 요격해 파괴하는 해군 이지스함 탑재용 미사일 SM-3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산 SM-3는 블록 1A 초기 모델을 기준으로 요격 가능한 고도가 100km에서 최고 300km에 달한다. 최대 비행 사거리는 500km 안팎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보유한 각종 요격 미사일과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현재 한반도에 배치된 요격 무기 중 요격 고도가 가장 높은 만큼 다층 방어의 폭이 더 넓어지면서 대북 미사일 방어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M-3, 이란 미사일 요격으로 실전 역량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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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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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사업청은 26일 제16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해군 차세대 이지스함(KDX-Ⅲ Batch-Ⅱ)인 정조대왕함급 함에 탑재될 SM-3를 해외에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업비는 약 8039억 원. 현재 계획대로라면 한 발당 200억 원대의 SM-3 약 40발이 2030년까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SM-3는 13일(현지시간) 이란이 미사일과 드론 300여 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감행할 때 이를 요격한 미사일로도 유명하다. 당시 미군은 해상의 이지스구축함에 탑재된 SM-3를 발사해 이란 탄도미사일을 3기 넘게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SM-3 미사일이 실전에서 사용된 건 당시가 처음인데 실전 사용을 통해 정확한 요격 역량을 검증받은 것이다.

우리 해군도 2013년 북한 미사일 대응을 위해 SM-3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합동참모본부를 통해 소요(所要)를 제기했다. 이후 한반도 전장 환경을 고려한 SM-3의 효용성, 재정 여건 등을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이날 방추위를 통해 도입이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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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 블록2A 미사일의 발사 모습. 미국 미사일방어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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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3는 올해 말 1척을 시작으로 2026년과 2027년 각 1척씩 총 3척이 전력화되는 우리 해군 차세대 이지스함에 추후 탑재될 예정이다. 차세대 이지스함에는 SM-3와 더불어 미국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국 판매를 잠정 승인한 SM-6 요격미사일도 탑재될 예정이어서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 역량은 물론 함정 자체 방어 능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M-6는 최고 35km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현재 운용 중인 우리 해군 이지스함에는 북한 전투기 등 항공기 요격용 미사일(SM-2)만 탑재된 상태다.

●“SM-3 도입 시 北 미사일 하강 직후 요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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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 방위사업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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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SM-3는 우리 군의 북한 미사일 방어체계를 한층 촘촘하게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주목받는 분위기다. 우리 군 요격 체계는 미사일 종말단계에서도 하층(고도 40km 이하)에서 요격하는 중거리지대공미사일(천궁-Ⅱ·요격 가능 고도 20km 이하), 패트리엇 미사일(PAC-3·30km 이하)이 있다. 미사일 종말단계 중 상층(고도 40~100km) 요격을 담당할 무기는 ‘한국판 사드’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40~60km)인데 이는 2026년 실전배치 될 예정이다.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의 경우 40~150km 고도에서 요격하지만 경북 성주에 한 개 포대가 배치된 것이 전부여서 한반도 전역 방어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SM-3는 북한 미사일이 발사된 후 고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하는 ‘중간 단계’(고도 100km 이상)에서부터 요격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며 “중간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하고 실패하더라도 L-SAM, M-SAM, 패트리엇 등 종말단계 상층 및 하층 요격 무기로 여러 차례 여러 단계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요격 기회가 더 늘어나 더 안전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北과 코앞 대치…한반도 전장 안맞는 무기” 지적도

그러나 북한이 한국을 겨냥해 쏘는 단거리탄도미사일의 경우 통상 한국 영공으로 날아와 고점을 찍고 하강을 시작할 때 고도가 100km를 밑도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SM-3 도입이 한반도 특유의 전장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경우 양국 수도를 기준으로 1500km 떨어져 있어 미사일 공격 시 하강을 시작하는 고도도 100km 이상으로 높아 SM-3를 활용하기 적합한 전장이다. 그러나 한반도는 서울과 평양 간 거리가 200km에 그치는 등 사실상 코앞에서 대치 중인 전장인 만큼 미사일 비행 고도도 낮아 비싼 돈을 들여 SM-3를 도입해봐야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북한이 실전에서 탄도미사일을 고각으로 발사하는 방식으로 비행고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SM-3 도입이 필요한 것”이라며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탑재한 미사일은 40km 이하 고도에서 요격하거나 폭발할 경우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서 100km 이상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SM-3를 도입키로 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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