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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이스라엘, ‘피난민 100만명’ 라파흐 지상 공격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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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흐에서 소녀들이 폭격으로 부서진 창문 너머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라파흐/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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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인 라파흐에 대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의 지상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인 100만명 이상이 피란 중인 이 도시에 실제 공격이 이뤄질 경우 사상 최악의 인도주의 재앙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은 24일(현지시각) 익명을 요청한 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가 이스라엘군이 라파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이 지역에 은신하고 있다고 알려진 무장정파 하마스를 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도 정확한 시간표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 작전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병력 대부분을 가자 남부 지역에서 철수했지만 라파흐에 대한 공중 공격은 계속하고 있다. 이날 밤 이뤄진 공격으로 6살과 8살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지난 22일에도 이스라엘군이 가정집 두 곳을 공습해 주민이 최소 24명 사망했다고 밝혔다.

라파흐를 겨냥한 지상 공격 조짐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가 한 채당 10∼12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용 텐트 4만개를 구매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격을 앞두고 주민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준비로 보인다.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영상을 보면 네모난 흰색 텐트가 라파흐에서 5km가량 떨어진 칸 유니스에 들어선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스라엘 정부 소식통은 이스라엘 전쟁 내각이 민간인 대피를 승인하기 위해 2주 안에 만날 계획이며, 현재 이스라엘군은 당장에라도 작전에 돌입할 수 있지만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다른 도시에서 퇴각한 하마스 대원 수천명이 라파흐에서 전투 부대 4개를 이뤄 생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승리를 위해 라파흐 공격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를 통해 하마스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을 구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공격 계획을 보류할 것을 요청한다. 데이비드 새터필드 미 중동 인도주의 특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인도 물품 지원의 어려움”을 들어 “우리는 적절하고, 신뢰할 수 있고, 실행이 가능한 인도주의 계획이 없는 한 이스라엘의 라파흐 지상전을 지지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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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가 공개한 영상에 등장한 미국계 이스라엘 인질 허시 골드버그-폴린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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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이 임박한 듯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이집트 안보당국 수뇌부가 비밀 회동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미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과 이스라엘군 헤르지 할레비 참모총장이 카이로에서 이집트 고위 당국자들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라파흐와 국경을 맞댄 이집트는 이스라엘이 실제 라파흐를 공격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이 국경을 넘어 자국으로 들어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집트는 주민들을 다시 북부 지역으로 올려보내는 안에 찬성한다.

라파흐는 가자 지구 다른 도시에 살던 팔레스타인인 100만명 이상이 피란 중인 마지막 보루로, 이곳이 공격 당하면 주민들은 또다시 강제로 피란을 가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주민들이 ‘알 마와시’라는 인도주의 구역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피란민들로 가득 차 깨끗한 물과 임시 화장실 등 기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하마스 고위당국자는 25일 에이피에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 국경선을 기준으로 한 ‘두 국가 해법’을 이스라엘이 받아들일 경우 5년 또는 그 이상의 휴전 협정을 체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이 하마스에 재무장 시간을 벌어줄 뿐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하마스는 전날에는 가자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7일 당시 억류한 미국계 이스라엘인 모습을 담은 3분짜리 영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며 ‘심리전’에 나섰다.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집단농장) 인근에서 하마스 대원들에게 인질로 잡힌 허시 골드버그-폴린은 왼쪽 손목 위가 절단된 상태로 영상에 등장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또 네타냐후 총리가 공습을 벌여 인질 70명이 사망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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