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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민주당 승리 깔아줘야” 대놓고 중립 무시하는 의장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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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4.24.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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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나선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의장의 중립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6선에 성공한 조정식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립적 국회 운영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심이 민심이고 국민의 뜻이라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고, 추미애 당선인은 “의장은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했다. 5선의 정성호 의원도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에서의 승리 등에 대해 보이지 않게 깔아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선출되는 국회의장은 다수당 내에서 선수(選數) 등을 고려해 합의나 경선을 거쳐 내정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의장에 당선된 뒤에는 국회법에 따라 당적을 가질 수 없다. 여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국회를 운영하라는 취지에서다. 21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출신이 의장을 맡았지만,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사안에 대해선 중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의장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중립 의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22대 의장 후보가 되겠다는 민주당 인사들은 입법부의 수장이 될 경우 여야 간, 정부-국회 간에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민주당 출신 의장이 현안 중재에 나섰던 것을 놓고 “다 된 밥에 코를 빠트리는 우를 범했다”고 비난하는 후보도 있다. 원 구성과 관련해선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은 다수당이 맡는 게 맞지 않나”라는 주장이 나왔다. 통상 원내 제2당, 그리고 여당이 맡는 게 관례인 자리까지 야당이 독식하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대표와, 당과 호흡을 잘 맞추는 사람이 의장이 돼야 한다”는 후보도 있다. 이 대표의 뜻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는 점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다.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구도 속에 다수의 힘으로 입법을 밀어붙이려는 야당과 이를 막으려는 여당 간에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의장이 중심에 서서 끊임없이 여야를 설득하고 협상을 주선해야 그나마 파열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의장이 일방적으로 출신 정당의 당리당략에 따르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회에서 타협과 양보는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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