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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술자리서 일얘기로 언쟁하다 돌연사…법원 “업무상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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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전경./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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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파트너와 술자리 도중 일 얘기로 다투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진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0대 영업이사 A씨는 2019년 8월 사업 파트너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졌다. 전(前) 회사에서 이직한 지 두 달 만이었다. 1차 식사 자리에서 A씨는 자기 회사 제품 때문에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 실패했다는 다른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언쟁을 벌였다.

이들은 2차로 맥줏집에 갔는데 이곳에서도 사업을 둘러싼 말다툼은 계속됐다. 그러다 저녁 10시쯤 A씨가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A씨는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그대로 숨졌다. 의사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유족은 “A씨가 이직한 직후 긴장된 상태에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과로하다가 쓰러졌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등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2021년 1월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근로계약서 상 A씨의 평균 근무 시간이 8시간에 불과해 과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이주영)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저녁 자리에서 사업과 관련해 다툰 것은 돌발적이고 예측되지 않는 스트레스 요인에 해당한다”며 “이로 인해 A씨가 상당한 흥분 상태가 됐을 것으로 보이고, 충분히 급성 심근경색의 유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로서는 당시 이직 직후 적극적으로 성과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 실제 근로 시간은 8시간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영업 업무는 그 특성상 일과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해 계속될 수 있어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평소 앓던 고혈압이 관리 가능한 정도였고, 음주와 언쟁으로 급격히 흥분하면서 고혈압과 중첩돼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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