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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친구의 배신, 판사의 경고…트럼프 ‘성관계 입막음’ 재판 궁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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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 사건 재판에 출석해 어두운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영화 배우와의 성관계 입막음용 돈 지급 사건의 형사재판에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첫 증인이 이 사건과 관련한 대책을 트럼프 쪽과 논의했다고 인정했고, 판사는 이 재판과 관련해 트럼프 쪽에 내린 함구령이 지켜지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고 질타했다.



2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맨해튼 주법원에서 열린 이틀째 재판에서 타블로이드 신문인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발행인이자 트럼프의 친한 친구였던 데이비드 페커가 첫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관련 사건에 대한 보도 억제 등 대책을 모의했다고 3시간 동안 증언했다.



페커는 트럼프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인 2015년 8월 트럼프 및 그의 변호사 마이클 코언과 만나, 트럼프에 관한 부정적 기사들을 막고 긍정적 이야기를 전하며 이런 계획을 “가능한 조용히” 지키자고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의 이날 증언은 트럼프가 성관계 사실 폭로를 입막음하기 위해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13만달러를 지급하고 회사 장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입증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언론과 법조계는 평가했다.



페커는 이날 자신이 관여해 보도를 막은 사건 2개에 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첫째는 트럼프타워 빌딩의 도어맨이었던 디노 사주딘이 트럼프가 혼외 관계로 자식을 낳았다는 소문에 관한 기사를 팔려는 시도를 막은 것이다. 페커는 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했으나, 선거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사주딘에게 3만달러를 주고 그 이야기의 권리를 사는데 코언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페커는 또 트럼프와 장기간의 염문 관계를 주장하는 ‘플레이보이’ 모델인 카렌 맥두걸에게도 입막음용을 돈을 주고 합의하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페커는 자신의 회사가 맥두걸에게 15만달러를 주고 이야기의 저작권을 샀다고 말했다. 이 두 건의 돈 지급은 트럼프가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용 돈을 지급한 사건의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또 트럼프 쪽이 재판과 관련한 주의 사항을 어겼다고 판사가 인정했다. 앞서 재판부는 트럼프가 이 재판의 증인, 검사, 법정 관련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말라고 했다.



재판에서 검찰 쪽은 트럼프가 소셜미디어에서 이 사건과 관련한 포스팅을 10건이나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에, 트럼프의 변호인은 트럼프가 정치적 공격에 대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후안 머천 판사는 트럼프 쪽에 “법정에서의 모든 신뢰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판사는 트럼프의 함구령 위반에 대한 제재 결정을 보류했다.



법조계에는 판사의 이번 지적은 재판에서 트럼프에 극히 불리한 사태 전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재판 도중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머천 판사를 비판하며 자신이 불공정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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