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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요즘 잠 못자는 사람 많나 했는데”…알고보니 대마초 받으려는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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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했지만
직접 키우거나 7월까지 기다려야

병원에선 대마초 처방절차 간단해
불면증 호소하는 ‘가짜 환자’ 속출


매일경제

지난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애연가들이 대마초를 피우고 있다. [사진 제공=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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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내 의료용 대마초 처방이 합법화되자 치료가 필요하지도 않는 ‘가짜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기호용 대마초 흡입이 합법화됐지만, 정작 이를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병원에서 간편하게 처방받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23(현지시간)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불면증·우울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료용 대마초 처방이 가능해졌다. 기호용 대마초를 합법화하면서 대마초가 마약류에서 제외됐고, 이에 따라 의료용 대마초도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가짜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정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마초 처방을 위해 거짓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식이다.

대마초 처방을 위한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5분 이내에 8개 항목의 문진표를 작성한 후, 6개월 넘게 불면증에 시달렸고 대마초 문제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음을 밝히면 곧바로 의사와 상담이 가능하다.

다만 이 같은 손쉬운 처방을 받기 위해 환자들의 상담 예약이 꽉 차 있는 상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대마초 처방을 위한 상담을 신청해도 최소 6월 말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실제 처방이 필요한 환자들 외에 거짓 환자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짜 환자들’이 병원으로 모이는 것은 일반 기호용 대마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1일부터 기호용 대마초가 독일에서 합법화됐다. 다만 합법화와 별개로 대마초 판매 행위 자체는 불법이다.

현재 독일에서 대마초를 피우려면 직접 재배하거나 7월 1일부터 운영되는 대마초클럽을 통해 구해야 한다. 대마초클럽들은 재배시설을 갖추는 등 준비를 거쳐 회원에게 대마초를 공급하려면 몇 달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합법화 이후에도 정작 적법하게 대마초를 구할 방법은 마땅치 않은 셈이다. 이 같은 수고를 피하기 위해 이들은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용 대마초에 애연가가 몰리자 실제 치료 목적으로 대마초가 필요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지적이다. 환자들은 대마초 치료에 씌워진 사회적 낙인을 없애기 위해 대마초 합법화를 지지했지만 오히려 기대와는 다른 상황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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