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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故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은 과연 어디로···효성 장남-삼남 계열 분리 속도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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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효성그룹의 3세 경영 향방이 재계 주목을 끈다. 앞서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추가 신설하기로 하면서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계열 분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부친 조 명예회장 지분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매경이코노미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좌),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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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명예회장 상속 어떻게

상속세만 4200억원 달해

조석래 명예회장 소유 효성그룹 상장 계열사 지분 가치는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 주식 213만5823주(지분율 10.14%)를 비롯해 효성중공업 98만3730주(10.55%),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10.32%), 효성화학 23만8707주(6.16%), 효성티앤씨 39만3391주(9.09%) 등을 보유했다. 이 주식을 조 명예회장이 별세한 3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7200억원에 달한다.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기업에 적용되는 ‘최대주주 할증과세’를 포함하면 실제 상속세율은 무려 60%에 달한다. 주식 평가액의 약 6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유족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만 42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 금액은 얼마든지 변동될 수 있다. 주식 평가액은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 전후 2개월, 즉 총 4개월 동안 시가의 평균액으로 정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와 함께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재산까지 고려하면 유족이 실제 부담해야 할 상속세는 더 늘어날 수 있다.

만약 법정비율로 상속될 경우 조 명예회장 아내 송광자 여사와 3형제(조현준 회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부회장)가 각각 1.5:1:1:1 비율로 지분을 물려받는다. 일례로 조 명예회장의 ㈜효성 지분(10.14%)은 부인 송광자 여사에게 3.38%, 세 형제에게 각각 2.25%씩 돌아간다.

다만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 지분이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 2명에게 상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의 경우 2014년 ‘형제의 난’을 일으킨 뒤 경영 일선에서 배제된 만큼 상속 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조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직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수년간 법정 분쟁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후 조 전 부사장은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그룹을 떠났다. 만약 장남, 삼남이 조 명예회장 지분을 모두 상속받을 경우 1명당 부담해야 할 상속세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

효성가 형제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건희 삼성 회장 별세 이후 삼성가 유족도 상속세를 내기 위해 계열사 지분을 꽤 매각했다.

한편에서는 주식 일부를 효성장학재단 등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금, 지분 등을 공익재단에 출연하면 5% 미만까지 상속세나 증여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다만 효성 측은 “조 명예회장 유산 상속 방식과 상속세 마련과 관련해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 행보 관심

조현준-조현상 균등 분배 가능성

조 명예회장 지분이 어디로 갈지는 향후 효성그룹 경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추가 신설하기로 하면서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 공동 경영’ 체제에서 ‘각자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지주사 ㈜효성은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등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사 ‘효성신설지주(가칭)’를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설 지주사 경영은 조현상 부회장이 총괄한다.

효성은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기존 지주사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그대로 대표를 맡는다. ㈜효성에는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효성ITX 등 주요 계열사가 남는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회사 분할 안건을 승인한다. 7월부터 두 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효성이 지주사 분할에 나선 것은 조현준, 조현상 형제의 독립 경영 안착을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석래 명예회장 병세가 악화되자 서둘러 지주사 분할을 결정해 혹여 발생할 수 있는 ‘형제 갈등’ 불씨를 막으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효성은 2017년 조현준 회장이 부친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으면서 ‘오너 3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2018년에는 지주사 체제로 개편하면서 형제 공동 경영을 이어갔다. 맏형 조현준 회장은 섬유, 중공업, 건설, 화학 부문을, 삼남 조현상 부회장은 첨단소재를 맡는 등 주력 분야를 명확히 구분 지었다.

지분 구조를 봐도 조현준 회장은 효성티앤씨 지분 14.59%를 보유했지만 조현상 부회장은 지분이 전혀 없다. 반대로 효성첨단소재는 조 부회장이 지분 12.21%를 보유한 데 비해 조 회장 지분은 전무하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추후 나타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여지를 없애면서 후계자의 경영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조석래 명예회장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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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역할 분담은

조현준 섬유, 조현상 첨단소재 주력

조현준, 조현상 형제는 각자 어떤 역할을 맡을까.

신설 지주사를 맡는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신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는 섬유 재질 핵심 소재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주력 시장인 북미, 유럽 수요가 줄어든 만큼 타이어코드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현상 부회장은 탄소섬유도 신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무게가 4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해 자동차 부품, 고압용기 등에 주로 쓰인다. 2013년부터 탄소섬유를 생산해오면서 연산 1만1500t 생산능력을 갖췄다. 향후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028년 2만4000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장남 조현준 회장은 효성그룹 핵심 계열사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을 경영한다.

이 중 핵심 회사는 효성티앤씨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7조5269억원, 213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5.3%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72.7% 증가했다.

효성티앤씨는 스포츠 의류 등에 쓰이는 합성섬유 스판덱스 부문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 30%가량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다. 전 세계 스판덱스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지난해 말부터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 가동률도 90%를 넘어섰다.

특히 베트남에 바이오 부탄다이올(BDO) 공장을 신설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효성티앤씨는 총 1조원을 투자해 연산 20만t에 달하는 바이오 BDO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2026년 상반기부터 연산 5만t 규모의 바이오 BDO 생산에 들어간다.

BDO는 스판덱스 섬유를 만드는 폴리테트라메틸렌글리콜(PTMG) 원료 등에 사용되는 화학 소재다. 최근에는 PTMG 외에도 자동차 내장재(TPU), 포장재 등 생분해성수지(PBAT)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바이오 BDO는 사탕수수, 옥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하는 방식으로 제조해 석탄 등 기존 화석원료를 100% 대체한 제품이다.

이번 투자로 효성티앤씨는 베트남에서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 스판덱스 공장을 확보하게 됐다. 또 세계 최초로 원료부터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이뤄 바이오 스판덱스 일관 생산 체제를 갖출 예정이다. 다만 애물단지 계열사 효성화학이 경영난에 처한 점은 변수다. 효성화학 부채비율은 3474.7%, 차입금 의존도는 78.6%에 달한다. 실적도 불안한 모습이다. 효성화학은 지난해에만 188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효성화학은 경영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특수가스사업부 지분 49% 매각에 나섰다. 특수가스사업부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알짜 사업부’다.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품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을 세척하는 데 쓰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지난해 450억원 규모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낼 정도로 실적이 탄탄하다. 효성화학은 울산 용연공장 등 연산 8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보유했다. 세계 1위 NF3 생산 업체인 SK스페셜티(1만3500t), 2위 중국 페릭(9000t)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 국내 대형 PEF 운용사가 대거 뛰어들었다. 쇼트리스트에는 IMM PE와 IMM인베스트먼트, IMM크레딧을 비롯해 한국투자PE, 스틱인베스트먼트, 어펄마캐피탈 등 기존에 거론된 국내 운용사들과 해외 운용사 2~3곳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영권이 없는 소수 지분인 데다 효성 측과 인수 후보 간 간극이 큰 상태라 최종 딜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효성 측은 특수가스사업부 기업가치를 1조원으로 보고 지분 매각 대금을 5000억원으로 추산하지만, 인수 후보들은 3500억~4000억원 수준을 써낸 것으로 알려진다. 넉넉한 이익을 내는 알짜 사업부기는 하지만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황 영향을 받는 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화학이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순차입금 해소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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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 사옥. (효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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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는 없나

지분 맞교환할 듯…상속 다툼 우려도

효성이 신설 지주사를 설립하기로 했지만 아직 각자 경영 체제가 안착된 것은 아니다. 향후 두 지주사가 각각 이사진을 꾸린 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서로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완전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두 형제가 보유한 ㈜효성 지분은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 21.42%로 큰 차이가 없다. 물적분할이 아닌 인적분할 방식을 택한 만큼 효성 지분 21.94%를 쥔 조 회장이 효성신설지주 지분 21.94%도 자동으로 갖게 된다. 조 부회장도 마찬가지로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두 회사 지분을 각각 21.42%씩 보유하는 구조다.

결국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형제가 서로 보유한 지분을 말끔히 정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분 맞교환 방식이 거론된다. 조 회장은 효성신설지주 지분(21.94%)을 조 부회장에게 내주는 대신, 조 부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21.42%)을 가져오는 식이다. 다만 두 회사 분할비율이 0.82 대 0.18로 차이가 큰 만큼 단순 교환보다는 장내 매각이나 개인 간 블록딜 가능성이 제기된다. 효성 오너 일가가 어떤 방식으로 지분 관계를 해소할지는 효성신설지주 재상장 후 시장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故 조석래 명예회장이 보유한 ㈜효성 지분(10.14%)이 어디로 이동할지도 중요한 변수다. 혹여 조현문 전 부사장이 지분을 달라고 주장하면서 지분이 균등 배분되지 않을 경우 형제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우려가 크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지난 3월 30일 부친 빈소를 찾았으나 유족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조현문 전 부사장을 상속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조 명예회장 유언장에 담기더라도, 조 전 부사장은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상속 지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상속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이 부친 지분을 물려받더라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지분율 2.25%씩 상속받는다면 ㈜효성 지분율이 각각 24.19%, 23.67%로 조 전 부사장과는 지분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부친 별세 이후 각자 홀로서기에 나선 조현준, 조현상 형제가 효성그룹 계열 분리를 순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56호 (2024.04.24~2024.04.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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