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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美 보조금 받은 韓 배터리, 국내서 수천억 세금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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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으로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한 배터리 회사는 연간 수천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할 상황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석유화학협회, 신재생에너지협회는 23일 여의도 FKI 타워에서 ‘미국 IRA와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미국 대선 이후 IRA 전망과 글로벌 최저한세가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취지다.

조선비즈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이 23일 여의도 FKI 타워에서 열린 ‘미국 IRA와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권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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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성 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은 “미국 IRA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배터리,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산업 분야의 한·미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면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을 제외하는 특례 허용이 절실하다”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정부와 국회에 업계 공동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전 세계 매출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인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에서 최저세율인 15% 미만의 세금을 내면 모회사가 있는 국가에 부족분에 대한 세액을 추가 납부하는 제도다. 한국은 지난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제조세법)을 개정해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미국에서 받은 IRA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규모는 1조3000억원이다. 미국 연방정부 법인세율은 15%부터 시작하지만, 세액공제 규모를 감안하면 실제 적용세율은 15%를 밑돌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국내에서 내야 하는 세금은 수백억~수천억원으로 예상됐다.

법무법인 율촌의 정현 회계사는 “최저한세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국내에서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은 약 2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AMPC 수혜 금액의 15%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미국 내 생산 규모가 늘수록 세액 부담은 가중될 것”이라며 “기업에서는 추가 세액을 최소화하기 위한 거래구조, 이전가격 관리방식 등 여러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IRA 세부 규정에 따른 해외우려기업(FEOC) 적용, 미국 대통령 선거에 따른 정책 변수도 주시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FEOC에서 양극재, 음극재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해당 소재로 만든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는 내년 1월 1일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36종인 IRA 보조금 수혜 (전기차) 모델 중 약 83%인 30종이 한국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는데, 중국산 흑연 음극재 사용이 금지되면 2025년에는 하나도 없을 수 있다”며 “단기간에 국내 공급망 구축이 어려운 일부 핵심광물은 한시적 유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IRA 정책 효과가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부정적이다. 법안 폐지 절차 등을 고려하면 IRA를 완전히 폐지하는 건 쉽지 않지만, 세액공제 규모 축소 등 우회적 수단으로 혜택을 줄일 수 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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