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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돈보다 ‘워라밸’…근무여건 고려하면 소득격차 더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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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보고서

여성·저연령·고학력층이 근무여건 좋은 곳에서 종사

근무여건 반영하면 시간당 임금격차 더 벌어져

“유연한 근무여건 제공 위한 정책 지원 필요”

임금 외에 유연한 근무조건이나 업무강도, 발전가능성 등 근무 여건이 좋은 직장에 여성과 저연령, 고학력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여건을 돈으로 환산해 임금에 반영할 경우 소득 불평등은 더 심해지지만 성별 임금 격차는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23일 한국은행의 ‘근무여건(Job amenity) 선호와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취업시 주요 고려사항으로 임금보다 근무여건을 꼽는 비중이 더 높았다.

한은은 직업군별 특성을 유연근무, 재택근무, 육체적 강도, 업무강도·자율성·독립성, 발전 가능성, 직업보람 등 8개 항목을 바탕으로 ‘근무여건 지수’를 산출했다.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직업일수록 유연한 근무제도를 활용하고 신체활동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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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여건이 좋은 직업군은 법률·감사 사무 종사자, 상품기획·홍보·조사 전문가, 법률 전문가, 디자이너, 기타 교육 전문가, 작가 및 언론 전문가, 대학교수·강사, 의회 의원과 고위공무원 등이었다. 건설·광업 단순 종사자, 물품 이동 장비 조작원, 건설·채굴 기계 운전원 등은 근무여건 하위 직업군에 속했다.

이 분류는 임금수준과 정비례하진 않았다.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과 건설업은 재택근무 등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무여건 지수가 평균보다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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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저연령, 고학력 근로자들이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일자리에 많이 종사했다. 여성의 경우 임금이 낮고 근무여건 지수가 높은 일자리에, 고학력 근로자는 임금과 근무여건 지수가 모두 높은 일자리에 많이 분포했다. 한은은 여성의 경우 육체적으로 힘들지 않고, 유연한 근무 형태가 가능한 일자리를 더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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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근무여건을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임금 근로자의 소득 불평등은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패널의 시간당 임금(2022년)에 근무여건 지수를 반영하면 소득 5분위 배율(하위 20% 소득 대비 상위 20% 소득)이 4.0에서 4.2로 더 커졌다. 고소득·고학력 근로자들이 근무여건도 양호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줄었다. 근무여건 지수를 반영하면 남성의 시간당 임금은 38.8% 증가하는 반면, 여성은 44.8% 상승했다. 한은은 여성들이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에 더 많이 종사하고, 근무여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기엔 반론도 있다. 임금이 높지만 근무여건이 낮은 일자리에선 여성을 아예 선호하지 않거나, 여성이 돌봄노동 등의 이유로 재택·유연근무 일자리로 내몰리는 구조적 이유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오삼일 고용분석팀장은 “여성들이 100% 원해서 근무여건이 좋은 일자리로 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번 연구는 노동의 공급 측면에서 분석한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임금보다 근무여건을 더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과 함께 여성·고령층의 경제 활동 참여를 높이기 위해 근무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민 고용분석팀 과장은 “근무여건이 낮은 일자리의 인력 부족은 심화될 것”이라며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인하기 위해선 정책 지원을 통해 유연한 근무 여건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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