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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71세 부산 농부가 첫 모내기 하던 날[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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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아직 우리의 주식”

공급 과잉 속 매년 40만t 수입

뉴시스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들녘에서 김경양(71)씨가 농기계를 이용해 부산 첫 모내기를 하고 있다. 첫 모내기 품종은 밥맛이 좋고 재배기간이 짧은 조생종 '해담쌀'로, 올 8월 말 수확돼 추석 차례상에 오를 수 있을 전망이다. 2024.04.22. yulnet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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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부산 농부 김경양(71)씨는 지난 22일 오전 강서구 죽동동 900평 자신의 논에 올해도 인근에서 가장 먼저 모내기를 했다.

언제부턴가 다른 논보다 먼저 모를 심으면 오리와 새떼들이 몰려와 모를 헤집어 놓는 피해가 생기고 있지만 그는 이를 감수하고 있다. 지난해는 모 두 줄을 거의 다시 심어야 했다.

40년 넘게 농사를 지어왔고 지금은 대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그지만 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모내기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서다. 아직 쌀이 우리의 주식임을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싶어서다.

하지만 이앙기에 올라앉아 무논을 오가며 모를 심는 일이 예전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꼭 나이 탓만은 아니다. 쌀을 대하는 주위의 태도가 갈수록 야속하게 느껴져서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며 치켜세우던 사회가 지금은 마치 쌀을 남아돌아 처치가 곤란한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kg으로 1963년 통계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적었다.

부산만 봐도 그렇다. 지난 1995년 쌀 생산면적이 5956ha이던 것이 지난해 1927ha로 3분의 1 이하로 줄었다. 같은 기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23.5%나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생산량은 2만5670t(백미 92.9% 기준)에서 9320t으로 감소했다. 9320t은 부산시민이 20일 정도 먹을 양이다.

쌀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소비가 더 많이 줄어 그래도 쌀은 공급 과잉 상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산업용 쌀 소비 촉진을, 정치권은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운동’을 대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5년부터 매년 저율관세할당물량(TQR)로 40만8700t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김씨는 “쌀값은 떨어지는데 비료값 농자재값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생필품 가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4일 정미포장미 20Kg 한 포대 평균 가격이 5만9819원이던 것이 4월 18일에는 4만9750원으로 1만원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말 40kg 나락 한 포대 농협수매가는 6만1000원이었다. 비쌀 때는 6만8000원 하던 것이 10% 이상 내린 것이다.

김씨가 첫 모내기를 한 22일에는 최북단 철원과 함양, 영광 등지에서도 함께 첫 모내기가 진행됐다.

하등 새로울 것 없는 첫 모내기를 매년 언론에 홍보하고 보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것은 아직도 우리의 주식은 쌀이라는 김씨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방증이 아닐까. 쌀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우리의 주식은 누가 뭐래도 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기후위기로 혹여 세계가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해 급하게 쌀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일이 생겼을 경우에도 한 번 줄어든 쌀 재배면적으로 빠르게 늘릴 수 없음은 유념해야 하지 않을까.

부족한 쌀을 메우기 위해 ‘건강에 좋다’며 혼분식을 장려하던 때가 엊그제 같다고 김씨는 회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tbri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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