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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돌고 돌아 비서실장에 정진석… 野 “협치 부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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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12일만에… 정무수석엔 홍철호

鄭 ‘이재명 범죄자’ 비판 이력 두고

野 “국정기조 변함 없다고 선언한 셈”

동아일보

尹, 정진석 직접 소개… 1년 5개월만에 기자 질문 받아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5선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를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 있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것은 1년 5개월 만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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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5선 중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이관섭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후임으로 낙점하고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4·10총선 참패 1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이 비서실장 후보군으로 여러 인사를 검토하다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5선의 정 의원을 세 번째 비서실장으로 기용하자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정 신임 실장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내각, 여당, 야당, 언론과 시민사회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으로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인선 초기 검토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경합한 점이,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여야 반발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 실장과 함께 막판 후보군에 오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시 대표를 지낸 점을 고려했다. 이 때문에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도 여권에서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에 대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민주당 이 대표에게 용산 초청을 제안했기 때문에 그(영수회담 준비)와 관련한 여러 얘기를 주고받아야 된다”고 했다. 신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는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재선·66)이 임명됐고, 시민사회수석비서관에는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이 검토된다.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점, 이 대표를 “범죄자” 등으로 비판한 점을 두고 ‘협치 불가 선언’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정 실장은 친윤 성향이 강한 매파”라며 “국정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선언한 셈인 만큼 영수회담도 형식적인 만남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野와 소통” 5선 정진석 발탁… 민주 “노무현 비하 인물” 반발


총선참패 12일만에 비서실장 교체
鄭 ‘노무현 명예훼손’ 2심 재판중
尹에 국힘 입당 권유한 동갑내기
여권 “尹에 쓴소리 가능할지 의문”


동아일보

정무수석 직접 소개하는 尹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2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1층 브리핑룸에서 재선의 홍철호 전 국민의힘 의원을 신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임명하는 브리핑을 진행하다가 미소짓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 인사를 직접 발표하고 1년 5개월 만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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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10총선 참패 12일 만인 22일 5선의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64)을 새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당정 관계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정무형’ 인사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관료 출신에게 두 차례 대통령실 살림을 맡겼던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인선 방침에 따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정무형 인사를 여럿 검증대에 올려 놓고 고심하다 결국 정 실장을 낙점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비서관 출신인 정 실장은 윤 대통령과 동갑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관계를 갖고 있다”며 “야당과의 관계에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하기 위해 임명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제1야당 (이재명) 대표에게 무수한 막말과 비난을 쏟아낸 인물”이라며 “이런 인물로 국정 전환과 여야 협치에 나서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이 때문에 정 실장이 야당과의 협치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돌고 돌아 정진석”… 尹, 고심 끝 낙점

정 실장은 각각 기획재정부(김대기), 산업통상자원부(이관섭) 관료 출신인 전임자와 달리 언론인,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이다. 2016년 가을 정 실장은 서울 강남의 한 식당에서 당시 대전고검 검사이자 1960년생 동갑인 윤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2021년 5월 정 실장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윤 대통령에게 “국민의힘에 입당하라”는 권유를 했다.

이 같은 친분 때문에 인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정 실장이 허심탄회하게 정국을 조언하고 직언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반면,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의문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실장이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고 언급한 사실이 대통령 귀에 들어가 윤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애초 비서실장 후보로 검토됐던 원 전 장관의 경우 여소야대 정국을 놓고 총선에서 민주당 이 대표와 맞붙은 점, 윤 대통령과 같은 서울대 법대 검사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인 양 전 원장에 대해선 여야 양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셌고, 인선 검토 과정에서 ‘비선 논란’까지 불거진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막판까지 정 실장과 함께 후보군으로 거론된 이 전 대표의 경우 2016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돌고 돌아 정진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 실장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한 듯 일성부터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삼봉 정도전 선생이 국가를 경영하면서 백성을 지모로 속일 수는 없고, 힘으로 억누를 수는 더욱 없다고 했다”면서 “600년 된 왕조시대에도 국민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그랬는데 공화국 시대에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객관적 관점으로 말씀을 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협치 의지 없어” 비판

민주당은 정 실장이 과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 중인 데다 이 대표를 “범죄자” “패륜아”로 지칭한 만큼 협치가 불가능한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이 듣기 좋아하는 말을 하는 성향의 인물”이라며 “특검법을 비롯해 야당 요구 사항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사실상 영수회담도 빈 수레로 끝날 확률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재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실장은 2017년 6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노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 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 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재판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선 올해 안에 선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가공무원법이 ‘당연퇴직’ 대상에서 정무직 공무원을 제외하고 있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비서실장 직무는 수행할 수 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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