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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불 속 남성 적나라하게…“살 타는 냄새” CNN ‘분신 생중계’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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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혐의 형사재판이 열린 뉴욕 법원 밖에서 30대 남성이 분신했다. 경찰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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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판 언론사인 CNN 방송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판 도중 법원 앞에서 벌어진 분신 사건을 적나라하게 생중계해 논쟁이 일고 있다.

사건은 지난 19일 오후 1시30분경 맨해튼 형사법원 앞 콜렉트폰드 공원에서 벌어졌다. 법원 안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혐의와 관련한 재판이 열리고 있었다.

법원 밖 공원에는 지지자들이 모여 있었다. CNN 뉴스 진행자 로라 코츠도 이곳에서 재판 관련 전문가를 만나 생방송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이때 공원에서 한 남성이 전단을 허공에 뿌린 뒤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는 돌발 소동을 벌였다.

코츠는 인터뷰를 중단한 뒤 즉각 현장 생중계에 돌입했다. 처음에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총기 난사범이 공원에 있다”고 언급했다.

뒤늦게 분신 사건임을 인지한 코츠는 “한 남자가 몸에 불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화면에는 벤치 위에서 불길에 휩싸인 남성의 모습이 나왔다. 이 장면은 한동안 시청자들에게 노출됐다.

그러는 동안 코츠는 “우리는 지금 그의 몸에 불이 붙는 걸 보고 있다. 이곳은 혼돈의 상황이다. 살이 타는 냄새와 어떤 (인화)물질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약 2분간 현장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 남성은 불이 꺼진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신원은 플로리다 출신의 30대로 확인됐다.

이후 방송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CNN의 생중계는 칭찬과 비판을 모두 끌어냈다”고 보도했다.

“자극적이고 끔찍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비판이 있는 반면 “누가 뭐래도 그녀는 훌륭한 일을 해냈다”는 칭찬이 엇갈렸다. 응원하는 이들은 당초 총격 사건으로 오인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NYT는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방송사들도 사건을 전했으나 CNN의 보도는 그중 가장 자극적이고 적나라했다”고 지적했다. 처음에 현장을 중계하던 폭스뉴스는 즉시 카메라를 돌리고 진행자는 “이 장면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코츠는 이후 진행한 뉴스에서 “내 본능이 내가 보고 있는 걸 말하도록 시켰다”며 “내 입은 계속해서 본 것을 설명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 눈과 코는 보고 맡은 것을 되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CNN은 논란을 인식해 해당 장면을 재방송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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