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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평균연령 56.3세…더 늙어진 국회, '청년 삶 반영 못한다' 꼬리표 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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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국회의원 당선자의 평균연령은 56.3세. 유권자 중 청년 비중이 30.6%나 되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청년 당선자의 비중은 4.6%로 OECD 평균인 18.8%를 한참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물론 청년 당선자의 비율이 20대 국회 1.0%, 21대 국회 4.3%보다는 높아졌지만, 인구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국회의원 당선자의 세대 편향성은 많이 아쉽다.

'국민을 닮은 국회'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회의 고령화는 나쁘다는 단편적인 가치 판단이 아니다. 연령, 성별, 장애 등 국민의 다양성을 국회 구성원 비중으로도 그대로 담아내야 정책에서 소외받는 국민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률안을 분석한 <뉴스타파> 기사에 따르면, '청년' 관련 키워드 법안의 가결률은 2.45%로 전체 법안 가결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또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의 연령대를 보면, 40세 미만의 청년 국회의원의 평균 발의 건수가 타 연령 국회의원보다 2배 정도 높았다. 청년 당사자인 국회의원이 현실 청년들이 체감하는 문제에 더 공감하고, 문제 해결에 앞장 서게 된다는 통설이 결과로 나타났다.

스윙보터 청년의 등장

청년이 선거의 스윙보터로 등장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로 보인다. <88만원 세대>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같은 대중서에서 주목했듯이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 등 청년세대 내 불평등 구조가 고착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기성의 이념과 가치에 따라 정당에 투표하는 기성세대와 다르게 청년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탈정당화 성향이 뚜렷했다. 스윙보터로서 청년이 주목 받으면서 정책 대상으로 청년 또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2012년에 치뤄진 19대 총선에서 청년을 위한 공약은 청년 실업부조(진보신당), 청년 일자리 창출(창조한국당)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청년에 관심을 둔 곳은 지방자치단체였다. 서울시를 필두로 청년을 위한 정책 범주를 일자리에서 주거, 복지, 교육, 문화, 정치 참여 등 청년 삶 전반으로 확장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퍼졌고, 2014년 6월에 치러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청년 정책은 주목할 공약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국회에서 청년 정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16년 4월에 치뤄진 20대 총선부터다. 당시 거대 양당은 청년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제3당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다른 정당은 별도의 청년 정책 패키지를 약속하였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청년들의 공정한 출발을 보장하기 위한 고용보험 도입이나 표준등록금제도, 반값 공공임대 주택 공급 등 패키지 공약을 제시했다.

프레시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4월 10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초등학교에 마련된 치평동 제2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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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의 청년 키워드 '공정, 세습, 젠더, 미래'

21대 국회의원선거와 20대 대통령선거는 그야말로 '청년 전성시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청년 공약이 가장 활짝 핀 선거였다. 2020년 4월에 치룬 21대 국회의원선거는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치룬 첫 선거로 청년 실업 이외의 다양한 청년 공약과 청년과 공정담론이 가장 밀접하게 붙어있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한 공약이 다수 보인다.

청년 정책을 가장 많이 공약한 정당은 정의당으로 10대 정당 정책 중 우선순위 두 번째에 '청년에게 부모찬스 대신 사회찬스'를 배치여 기초자산제, 전태일 3법으로 초단시간·플랫폼 노동차별 금지, 청년병사 우러급 100만원 보장 등의 청년 정책 패키지를 내놓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주택 공급과 여성 안심 정책을 주요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미래통합당은 분양가상한제 폐지, 불공정 입시근절, 스타트업 활성화 등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 이슈 관련 공약을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생당은 군 장병 월급 인상, 전역 시 목돈 지원 등 남성 청년에 집중했다.

2022년 대통령선거는 역대 '청년'을 가장 많이 호명한 선거였다. 지난 집권기간 동안 청년 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던 더불어민주당은 가장 많은 수의 청년 정책을 공약으로 제시,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이라는 청년기회국가 정책 패키지를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우선순위 일곱 번째로 공정사회를 약속하면서 여성가족부폐지나 노동조합 고용세습 엄단, 무고죄 처벌 강화 등 우파 20대 남성 집단만을 고려한 정책으로 논란이 있었다. 정의당은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젠더폭력·차별해소에 집중해 세입자 청년 지원, 성평등 일터보장 등을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가장 최근의 선거, 바로 지난 주에 치룬 22대 국회의원선거의 정당별 청년 공약은 어땠을까? 초저출생에 따른 인구소멸 위기감, 높은 물가로 민생의 어려움이 컸던 올해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 청년 공약은 저출산 대응책이나 민생 정책 안으로 흡수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 공약 아래 세부 공약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청년교통패스, 통신비 경감, 천원의 아침밥 확대 등을 공약했다. 국민의힘의 청년 공약은 복지관련 공약은 더불어민주당과 대동소이했고,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표준약관도입, 청년연령 상향조정 등 인구 정책 차원에서 청년 정책을 포괄하는 시도를 하였다. 조국혁신당은 육아친화사회를 목표로 청년일자리 제공과 여성경력단절 대책 수립을 청년 정책으로 제시했다. 개혁신당은 지방국립대 활성화 방안이나 빈집 뱅크 입주 청년 지원 등 지방 청년에 대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경찰·소방·교정 직렬 신규 여성공무원의 병역 의무화를 공약하면서 성평등보다는 양성평등 중심의 논란을 재점화하기도 했다. 새로운미래는 미래 저출생과 청년을 주제로 연금개혁, 생활동반자법 제정, 이주배경 청년 지원체계 구축 등을 취약청년지원과 저출생 극복 방안을 청년 공약으로 담았다. 녹색정의당은 1만원 기후패스 도입, 학자금대출 전액 탕감, 전세사기 피해 구상권 행사 등 기후와 불평등 의제를 청년 공약으로 제시했다.

22대 국회가 주목해야 할 청년의 현실은 바로 여기

선거철마다 쏟아지는 공약을 두고 혹자는 공허한 약속이라 했던가? 22대 총선 또한 투표일 직전까지도 마음을 정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는 언론 기사에 정당들의 공약이 '내 삶을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꼬리표가 또 붙었다. 국회가 놓치고 있는 청년의 현실은 무엇일까?

청년이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여전히 괜찮은 일자리의 부족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고용 안정성이나 임금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 신분보장영역까지 더 복잡해졌다. 한편에서는 너무 많은 시간을 일해서 힘들고, 한편에서는 일을 구하지 못해 힘들다.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 자영업인지 프리랜서인지, 고용형태와 상관 없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전국민고용보험제의 빠른 도입과 최소소득보장제도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로 청년 개인이 진로를 설계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일부 디지털 전환 교육이나 일자리 창출 정책이 있지만, 지원대상이 소규모라 아쉽다. 지금은 사회 필수 분야를 중심으로 청년 일자리를 대규모 만들어 청년들의 일경험을 잇는 국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일자리 문제만큼이나 주거불안은 청년 체감이 높은 문제다. 월세지원이나 저소득 청년 주거급여 지급 등 일부 제도 정비가 있었지만, 공공임대주택의 절대 부족,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공급에 대한 규제 미흡, 전세사기피해대책의 사각지대 등 청년이 경험하는 주택 임대와 구매 과정의 불안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구성권 보장, 빠른 임대주택 공급, 최저주거기준에 맞는 주택 공급, 주택 관련 대출의 전환대출 등 주거 불안과 이에 따른 부채 문제에 동시 개입이 필요하다.

상속·증여세의 공제 한도를 높이는 방향말고,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재력과 상관없이 청년이라면 누구나 사회로부터 부여받는 기본적인 기회를 국가가 보장하고자 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경기도의 청년 사다리 지원사업이나 제주도의 청년보장제 같은 사업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청년 정책의 체감을 높이기 위해 정책 지원체계를 확장하고 있지만, 체계 구축 속도가 더디다. 정당별 공약을 담아내기에 현재 청년 정책 지원체계는 충분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가동할 수 없을 정도로 부족하다. 국회에 입성한 정당들이 청년들과 한 약속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지원체계 마련을 입법하는 일이겠다.

한편으로는 논란이 되었던 공약에 대해서는 22대 국회에서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 양성평등 가치의 정책이나 청년연령 상향 주장,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논의 등 청년을 정책의 주요한 대상으로 삼은 정책이나 청년이 겪을 미래의 위험을 조정하는 정책 전략, 청년층 내부의 갈등을 완화하는 전략 등 청년 공약으로 촉발했지만 우리사회 전반의 논의가 필요한 주제도 있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청소년기에 세월호 참사를 겪고, 청년기에 이태원 참사를 겪은 사회적 재난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나에게 얼마를 주고, 어떤 혜택이 있는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청년이 처한 어떤 문제든 책임지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책임 정치'가 아니겠는가. 22대 국회에 입성한 14명의 청년 당선자의 의정 활동을 응원한다. '책임 정치'가 살아있는 국회를 만드는데, 청년의 현실을 반영한 입법 활동에 앞장 서 주길 바란다.

[기현주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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