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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의대증원 파장] "뉴스 꺼버리고 싶어"…의대증원 조정안에 의사들 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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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증원분50~100% 자율 허용
의사들 "비과학적 정책 인정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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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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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황지향·김영봉·조소현 기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사 간 갈등이 9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이후 열흘 만에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재개했다. 정부는 고수해 오던 2000명 증원 방침을 변경하고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한시적으로 조정하도록 했지만 의사들 반응은 냉담하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요구가 의대 증원 '원점 재논의'인 만큼 정부가 단순히 숫자를 변경하는 것만으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복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유지하되, 내년도 증원 규모만 최대 절반까지 줄이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의대증원 관련 특별 브리핑을 열고 "32개 대학 중 희망하는 경우 증원된 인원의 50% 이상, 100% 범위 안에서 2025학년도에 한해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각 대학은 2025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을 변경해 허용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모집 인원을 4월 말까지 결정할 것"이라며 "4월 말까지 2026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도 2000명 증원 내용을 반영해 확정 발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년도 의대 신입생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일부 비수도권 국립대의 건의를 수용한 조치다. 다만 정부는 내년도 입시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2000명 증원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실망감을 보였다. "예상은 했다"면서도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반발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시계바늘은 가고 있는데 정부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숫자를 줄여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홍보위원장은 "각 대학 총장은 교육 여건 등이 미흡했다고 봐 조정을 건의한 것 같다"며 "각 대학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정원을 신청했다는 방증이다. 교육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간 (의협 비대위가) 2000명 증원 과정이 비과학적이고 배정도 주먹구구식이라고 주장했는데 (한 총리의 브리핑이) 오히려 이를 반증한 것"이라며 "정부는 합리적·중립적 기구를 만들어 의대 증원을 논의하자고 해놓고 완전히 봉쇄했다. 한발 물러선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고범석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공보담당 교수도 "어떤 근거인지 전혀 모르겠다"며 "예전에는 총선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총선도) 끝나서 의도를 더 모르겠다. 과학적인 근거를 가져오라고 해놓고 과학적 근거가 없는데 (증원 규모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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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외벽에 정부의 의료개혁 관련 홍보 영상이 송출되고 있는 모습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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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도 즉시 반발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계속되는 정부의 분열과 횡설수설에 지쳤다"며 "다수의 동료처럼 뉴스를 꺼버릴까 싶다"고 토로했다. 이어 "행정부에 신뢰가 전혀 없다. 의사 정원이 무슨 파값도 아니고 할인쿠폰을 먹이려는 것이냐"며 "의료는 시장흥정이 아니라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일체 아쉬움을 표현했다. 안석균 연대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2000명 증원이 옳다고 생각했으면 계속 주장해야지 왜 갑자기 줄인 건지 모르겠다"며 "(조정안은) 정부안이 아닌 총장들 제시에 따른 것일 뿐이다. 정부가 조속히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서 제대로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중국 충북의대 교수협의회장도 "정원 배정의 유연성을 정부에 건의한 것은 긍정적이다. 학내 여건을 고려해 100%를 추진했다가는 후유증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대학총장과 정부가 우리 의대 구성원들과 상의한 적도 없고, 의료계에서 받을 만한 수치도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학생들에게 돌아오라고 설득하겠냐"고 했다.

국립대는 대체로 환영했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건의를 받아들인 정부에 고맙다"며 "입시 문제와 의정 갈등을 분리해 내년도 입시는 일단 해결하고 보자는 것에 동참한 것 같다. 강원대는 의대 정원 50%를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충남대 관계자도 "절충안이 받아들여진 것을 환영한다"며 "50%에서 100% 내에서 정원을 조율할 수 있도록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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